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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檢 '문건' 수사 이번엔 청와대 눈치 살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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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檢 '문건' 수사 이번엔 청와대 눈치 살피지 말라

입력
2014.12.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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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과 관련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그제 수사팀을 구성하자마자 청와대 고소인 측 대리인을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이 사건이 정국에 미치는 파장과 폭발력을 감안하면 신속하고도 엄정한 수사가 요구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검찰이 얼마나 실체를 있는 그대로 규명하는가에 검찰의 명예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런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검찰이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은 형사1부에, 문건 작성자인 박모 경정 수사는 옛 대검 중앙수사부 기능을 하는 특수부에 배당한 데서 의도가 읽힌다. 검찰의 무게중심이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 규명보다는 문건 유출에 쏠려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사건 배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 내용을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문건 유출을 “국기문란”으로 규정지은 뒤 이뤄졌다. 대통령이 제시한 사실상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검찰이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한 마디 해명도 없이 검찰에 떠넘기는 것도 검찰의 수사 의지를 미심쩍게 한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지난 4월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정윤회씨의)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0년간 정씨와 접촉하지 않았다는 이 비서관의 주장과 배치되는 중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일일이 반응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진의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비서관에게 물어보면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검찰에 공을 넘기고 있다. 마치 검찰이 알아서 잘 처리해줄 거로 믿는다는 식이다.

그 동안 검찰이 해온 행태를 보면 청와대의 반응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김진태 검찰’은 권력과 관련된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청와대 뜻에 충실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정보유출 사건, 산케이신문 지국장 기소,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 등에서 검찰은 권력의 편을 들었다. 이처럼 믿는 구석이 있으니 벌써 청와대 인사들이 검찰에 출석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 말대로 “모든 의혹을 있는 그대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당당히 조사에 임해야 한다. 검찰도 적당히 서면조사 등으로 넘어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 비서관 3인방과 홍경식 민정수석, 김기춘 비서실장 등 관련자 모두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번에도 청와대의 가이드라인대로 결론을 내린다면 더 이상 검찰에게 명예회복의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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