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10종 최고 누적수익률 1.69%
거래량도 적지만 초기라 속단 일러
원금 손실 가능성에 유의해야
저금리 시대에 새로운 중수익ㆍ중수익 투자상품으로 주목 받고 있는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개장 3주차에 접어들었다. 수익률이나 거래량이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실물자산부터 무형의 시장 흐름까지 유연하고 신속하게 상품화할 수 있고 소액투자도 가능한 터라 ETN 시장의 잠재력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TN은 다양한 시장의 가격 관련 지수를 수익률과 연동되도록 설계된 파생결합증권이다. 주식, 채권, 통화, 원자재 등 지수 움직임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하다. 주식형 ETN은 주가연계증권(ELS)과도 유사점이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차이점이 크다.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ETF와 달리 ETN은 증권사가 출시하며 기초지수에 편입해야 하는 최소 종목 수도 5종목으로 ETF의 절반이다. 그만큼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기초지수에 맞춰 수익을 주도록 설계된 상품이라 수익에서 펀드자산 운용 비용이 차감될 수 있는 ETF보다 유리하다. ELS와의 공통점은 증권사가 만들고 만기가 있다는 점이 전부다. ELS는 주가 및 지수 변화가 계약조건에 맞아야 수익이 지급되지만 ETF의 수익률은 오로지 지수 변동률에 비례해 결정된다. 만기 이전에도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은 ELS에 없는 ETF의 장점이다.
이용국 한국거래소 증권상품시장부장은 “ETN은 중간에 사고 팔 수 없는 ELS의 단점과, 상품 구성이 단조롭고 지수나 주가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ETF의 단점을 보완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ETN 시장은 지난 6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에 따라 지난달 17일 문을 열었다. 현재 상장된 상품은 10종(그래픽 참조). 이 중 4종은 배당 성향이나 변동성이 큰 주식에 투자하는 테마형, 3종은 주가ㆍ환율ㆍ회사채 등 이종자산을 결합한 혼합형, 나머지 3종은 특정 장세에서 코스피200 대비 초과수익을 기대하는 전략형으로 분류된다.
실적은 아직 저조한 편이다. 2일 현재 10개 상품의 누적수익률은 최고 연 1.69%, 최저 -2.65%.거래량 상위 5개 상품의 수익률이 연 7~40%에 이르는 미국에 한참 처진다. 거래량 및 거래금액은 편차가 크다. 가장 호조를 보인 상품은 삼성증권의 ‘Perfex 유럽 고배당 주식’으로 누적거래량 3만5,000여건, 누적 거래금액 3억6,000만원을 기록 중이다. 반면 거래실적이 341건, 340여만원에 불과한 상품도 있다.
그러나 개장 초기라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ETN 개장일에 공교롭게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래제)이 시행돼 국내 자금이 대거 중국 본토 주식 투자에 몰린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TN시장의 효시인 미국의 경우 ETN 거래대금은 ETF의 5~10% 수준”이라며 “국내 ETF 시장 정착에 5년이 걸린 점도 감안한다면 ETN시장 성장 여부도 1년 정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저금리 상황이 ETN시장을 키울 비옥한 토양이 될 것이란 낙관론도 상당하다. 복합적 상품 설계가 가능한 만큼 폭넓은 투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기에 맞춤하다는 것이다. ETN상품은 상장 심사기간이 ETF의 3분의1에 불과한 15일이라 시장이 탄력을 받을 경우 투자상품, 위험성향, 기대수익률 등에서 다채로운 신상품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1만~2만원의 낮은 주당 가격에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해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저변 확대에 유리하다. 물론 기초지수 변동이나 발행 증권사 신용능력 등에 따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문성제 우리투자증권 에쿼티파생운용부 차장은 “ETN은 직접투자 위험을 줄여주는 펀드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다채로운 상품 설계가 가능해 단기투자와 장기투자 모두에 적합한 만큼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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