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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봉 등탑 철거 자리 한기총 성탄 트리 세운다

입력
2014.12.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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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점등 행사… 北 자극 우려

경기 김포 해병대 2사단의 애기봉 등탑을 철거한 자리에 성탄 트리가 설치된다. 북한이 점등행사에 반발해 왔던 터라 남북관계에 또 다른 긴장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올해 성탄절을 전후로 남북 평화를 기리기 위해 애기봉에 임시 성탄 트리를 설치하고 점등행사를 하겠다고 요청했다”면서 “종교활동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요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애기봉에 설치될 성탄 트리는 9m 높이로 기존 등탑(18m)의 절반 크기다. 이달 23일 불을 밝혀 내년 1월 6일까지 2주간 점등된다. 애기봉에서 성탄절 점등행사가 열리는 것은 2011년 이후 3년만이다.

앞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 종교단체 회원들은 지난달 국방부에 애기봉 점등행사를 허용하지 말아 달라고 수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한기총의 요청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군 관계자는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점등행사를 한다는데 막을 명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애기봉 철거를 지적하는 여론에 밀려 성탄 트리 설치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지난 10월 기존 등탑이 낡았다는 이유로 전격 철거한 뒤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과를 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또 상부보고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졸속 철거라는 점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격노하기도 했다.

1971년 설치된 기존 등탑은 밤에 불을 밝힐 경우 북한 개성에서도 보일 정도여서 지난 43년간 대북 심리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현재는 철거 후 조각으로 나눠 해병대 2사단 예하부대에 보관 중이다. 역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조형물인 만큼 김포시는 새로 조성할 애기봉 평화공원에 등탑을 전시해 일반인에게 공개하려는 입장이다. 군 내부에서는 해병대 역사관에 전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국방부는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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