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수봉영산마을 '수봉다방' 청년작가 전시장 등으로 활용
라면 등 식재료와 작품 교환...주민들 함께 음식 먹는 행사도
2일 인천 남구 숭의동 수봉영산마을. 수봉산 아래 가파른 언덕길에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집부터 소방도로가 없어 불이 나면 속수무책인 집까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지은 지 족히 수 십년 된 집들이다.
수봉영산마을은 2006년 정비예정구역(숭의4·7구역)으로 지정됐으나 6년만인 2012년 구역 해제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시행자가 나타나지 않아서였다. 이 곳에 ‘주민협의회’ 현수막이 붙은 주민공동이용시설이 들어선 것은 지난 3월이다. 주민공동이용시설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이 붙었지만 최근까지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2층짜리 비좁은 낡은 건물일 뿐이었다.
마을 곳곳에 있는 버려진 빈집 11채 중 1곳이었던 이 건물에 지난달 30일 ‘수봉다방’이 들어서면서부터 주민들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수봉다방은 내년 2월 말까지 건물을 주민들의 사랑방이 될 다방과 청년작가들의 작품전시장으로 활용하는 한시적 프로젝트다. 이후에는 건물을 마을관리소와 청소년공부방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수봉다방 프로젝트에는 강요한, 김가람, 김보리, 신혜정, 정미타, 극단 공수무대, 라벨엔터테인먼트 등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청년작가 20여팀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수봉다방에서 사진과 영상,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하며 개별 프로젝트도 펼친다.
박혜민 작가는 현재 부대찌개 재료인 돼지고기와 김치, 라면 등을 그린 작품을 주민들이 가져온 실제 재료들과 맞바꾸는 물물교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모인 재료로 주민들과 함께 부대찌개를 끓여 먹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결말이다. 이 밖에도 주민들이 참여하는 연극과 친숙한 음악을 다루는 DJ퍼포먼스, 미용기술을 배운 작가가 주민들의 머리를 다듬어주면서 소통하는 프로젝트 등이 준비 중이다.
수봉다방 프로젝트를 기획한 정미타(본명 정용덕) 작가는 “자치단체와 작가들이 만족한다고 해서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는 없다”며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선 주민들의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맞춘 전시와 퍼포먼스 등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곳에 대해 전면 철거가 아닌 보존·개량 방식의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을 추진 중인 남구는 수봉다방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이를 마을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남구 관계자는 “내년 중 도로 정비, 공원 조성 등 정비사업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며 “수봉다방이 성과를 내고 주민들이 호응한다면 별도 공간을 마련해 장기적인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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