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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예술이 기록한 우산혁명과 충돌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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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예술이 기록한 우산혁명과 충돌의 흔적

입력
2014.12.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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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홍콩 작가 '저온화상'전

서울 아트스페이스 폴에서 열리는 '저온화상'전 전시장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에 임하는 미술작가들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아트스페이스 폴에서 열리는 '저온화상'전 전시장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에 임하는 미술작가들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수산 챈의 2010년작 '나의 찬란함/찬란하지 않음'에는 민주화 상징으로 노란 리본이 사용됐다. 아트스페이스 폴 제공
수산 챈의 2010년작 '나의 찬란함/찬란하지 않음'에는 민주화 상징으로 노란 리본이 사용됐다. 아트스페이스 폴 제공

“대다수의 홍콩인들은 공정하고 열린 민주주의 사회를 갈망한다.”(김동규, 광둥어로)

“우리는 부패한 권력에 저항할 것이다.”(검, 한국어로)

광둥어로 말하는 한국 작가와, 한국어로 말하는 홍콩 작가. 두 사람의 얼굴이 번갈아 가며 화면에 나타나 서로가 말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대신 전달한다. 발음은 어색하지만 표정은 진지하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아트스페이스 풀에서 진행 중인 '저온화상'전은 한국의 김동규, 홍콩의 2인 그룹 씨앤지(클라라와 검)와 수산 챈의 공동 전시다. 최근 '우산혁명'을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홍콩의 정치 현실이 주제다.

올해 9월 시작한 우산혁명은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다. 홍콩의 민주파는 중국 정부의 정치 개입에 맞서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 왔다. 홍콩반환기념일인 7월 1일마다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2012년에는 중국식 정치를 옹호하는 '국민교육' 과목을 홍콩의 중고교 교과과정에 필수과목으로 포함시키려는 시도에 항의한 집회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홍콩의 예술가들은 이 성공이 거대한 흐름에 잠시 제동을 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중국 정부는 홍콩의 통치에 점점 더 많이 개입하고 있으며 홍콩인들도 이에 서서히 순응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저온화상'을 입고 있는 셈이다.

'저온화상'전에 공개된 작품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충돌의 흔적이다. 홍콩에서 비영리 예술공간을 운영하는 클라라와 검은 2004년 7월 1일 거리시위 현장에서 약혼식을 올렸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 부부는 두 딸과 함께 거리로 나와 있다. 두 사람의 활동과 정치적 발언은 매스컴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미디어에 비치는 자신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수산 챈은 홍콩과 중국 정부의 억압을 비판하는 포스터 작가다. 올해 수산 챈은 시위 현장의 ‘범죄자’들이 복면을 쓰고 선행을 하는 '범죄자 연작'을 그렸다. 홍콩 경찰이 모든 '범죄자'들에게 그 경중과 관계없이 복면을 씌운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는 '범죄자'를 광둥어로 럽쯔(笠子ㆍ삿갓 쓴 사람)라고 부르면서 이들이 사실은 러브쯔(Love-子ㆍ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라고 말한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1980년대 한국의 투쟁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 전시는 홍콩의 오늘을 통해 한국의 어제를 상기시키는 전시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반대도 성립한다. 수산 챈의 2010년작 포스터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상징했던 노란 리본은 2014년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상징으로 쓰였다. 전혀 다른 사회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서로의 말을 대신 읽어주는 작가들은 결국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 있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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