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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서방 압력에 남동유럽 가스관 사업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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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서방 압력에 남동유럽 가스관 사업 폐기

입력
2014.12.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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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남ㆍ동유럽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사우스스트림’(South Stream) 건설 계획을 폐기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일 보도했다.

터키를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불가리아로부터 (사우스스트림 건설)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현 상황에서 러시아는 사업을 실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유럽이 건설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업이 실현되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고 말했다. 동행한 알렉세이 밀레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사장도 기자들에게 사업이 종료됐다고 전했다.

사우스스트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불가리아-세르비아-헝가리-오스트리아 등 남동유럽 6개국에 공급하는 가스관이다. 220억달러(24조3,386억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올해 초 불가리아와 세르비아에서 착공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다른 유럽행 가스관과 달리 흑해를 통해 직행해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의 인위적인 공급 중단을 피할 수 있는 중요한 수출로다. 또 현재 30%대인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더 높이는 효과도 기대됐다.

이 사업은 그러나 올 초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EU가 경제제재에 나서면서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사업 주축인 가스프롬의 경영진이 제재 대상에 포함된데다 EU 회원국 불가리아가 공사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결국 푸틴이 백기를 든 것이라 볼 수 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외교ㆍ경제적 압박에 푸틴 대통령이 스스로 사업 폐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에게는 드문 외교적 패배이자 EU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에는 드문 승리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를 거쳐 터키로 연결되는 블루스트림 가스관을 통한 수출량을 연간 30억㎥ 늘리고 가격도 내년부터 6% 내리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 10월 블루스트림 공급량을 크게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수도 앙카라 새 대통령궁에서 제5회 양국 간 고위급협력위원회를 열고 국제 현안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협력문서 10건에 서명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4회 위원회에서 330억달러(약 36조6,000억원) 수준인 양국 간 교역규모를 2020년까지 1,00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한 후속 조치들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는 내전을 끝내야 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지만, 터키는 알아사드 대통령 축출을 위해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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