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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문건 진위는 관심 밖인 듯… 또 靑 눈치 보기 수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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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문건 진위는 관심 밖인 듯… 또 靑 눈치 보기 수사할까

입력
2014.12.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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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유출만 중대 범죄로 규정… 비선 의혹 등 아예 외면 가능성

박 경정 2·3차 보고서 존재할 수도… 김기춘 사퇴설 확산도 들여다봐야

청와대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모 경정이 올해 2월 일주일간 청와대에서 들고 나온 개인물품을 보관했던 서울 남산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사무실 내부(왼쪽)와 사무실이 들어선 건물이 1일 오가는 사람 없이 적막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청와대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모 경정이 올해 2월 일주일간 청와대에서 들고 나온 개인물품을 보관했던 서울 남산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사무실 내부(왼쪽)와 사무실이 들어선 건물이 1일 오가는 사람 없이 적막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박근혜정부의 ‘숨은 실세’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정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의 진위여부와 유출 경위를 밝히는 것은 이제 검찰의 몫이 됐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비선(秘線)세력의 국정 농단 의혹이라는 정곡을 파고들기보다는 문건 유출경위에 집중하는 본말전도가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적지 않다.

문건 유출 의혹 규명에 방점

사건 배당만을 볼 때 검찰의 무게 중심은 ‘문건 유출’에 쏠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사건은 형사1부에, 그리고 문건 작성자인 박모 경정(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수사의뢰된 사건은 특수2부에 배당했다. 두 사안이 별개가 아닌데도 검찰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부패사건 전담부서인 특수부가 ‘문건 유출’ 부분을 떠맡게 된 것이 예사롭지 않다.

배당 직후 검찰이 낸 설명자료에서도 이 같은 속내가 읽힌다. 검찰은 “국정 운영의 핵심 기관인 청와대 내부의 문서가 무단으로 유출된 것은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신속ㆍ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윤회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문건 내용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무책임한 의혹 제기라는 식으로 평가절하한 반면, 문건 유출에 대해선 “국기문란 행위”라고 못박은 것이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일단 문서유출 경위는 검찰의 의지에 따라 실체가 밝혀질 가능성이 높지만 난관은 있다. 우선 청와대가 정씨 관련 동향을 파악해 보고서를 작성한 박 경정을 유출자로 지목한 상태이기 때문에 검찰은 빠른 시일 내에 박 경정에 대한 직접 조사와 물증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경정이 올해 2월 청와대에서 나올 당시 갖고 나온 물품, 그 이후의 통화내역이나 이메일 송수신 내역 등을 파악해야 한다.

청와대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 박 경정은 “내가 유출한 게 아니라 청와대 내부에서 도난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청와대 내부 직원이 박 경정의 자리에서 문건을 빼내 복사를 했고, 검찰 수사관과 다른 경찰관 등의 손을 거쳐 세계일보 기자들에게 넘겨졌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이를 확인하려면 청와대 내 폐쇄회로(CC)TV 화면이나 복사기의 복사기록 등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이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과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 김기춘 비서실장 등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문건을 입수한 세계일보 기자들에서부터 유출자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추적’의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들이 ‘취재원 보호’를 들어 입수경위를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기자들에 대한 이메일 압수수색이나 통화내역 추적 등 강제조사는 ‘언론의 자유 탄압’ 논란이 일 게 뻔하다. 아울러 올해 4월과 최근 보도 직후 청와대가 두 차례나 문건 유출에 대해 자체 점검을 벌였음에도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점도 검찰 수사가 쉽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사태 본질은 국정 농단 의혹

검찰은 문건 유출과는 별개로 문건의 진위 여부를 밝혀야 한다. 세계일보 보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다. 이것이 사태의 본질이라는 견해가 많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더 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 등장하는 인사들은 검찰 조사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진술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면 우선 정씨가 지난해 말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ㆍ안봉근ㆍ정호성 비서관 등을 강남의 모 식당에서 만나 송년모임을 가진 게 맞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검찰은 이를 위해 이들 간의 통화내역 추적,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한 동선 파악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세계일보에 보도된 동향 보고서 외에 또 다른 정씨 동향 보고서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관심을 끈다. 해당 문건이 풍문이나 첩보 수준에 불과하다 해도, 박 경정이 1차 동향 보고 후 사실관계 파악을 거쳐 좀더 구체적이고 진실에 가까운 2, 3차 보고서를 올렸을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박 경정의 또 다른 보고서가 존재할 경우, “정씨 동향 보고서는 허위”라고 검찰이 단정짓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다는 얘기다.

또 문건에 담긴 것처럼 올해 상반기 정보지를 통해 김기춘 실장의 사퇴설이 유포된 과정도 검찰이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문건에는 “정씨가 여의도에 포진하는 ‘십상시’ 멤버들에게 정보지 관련자들을 만나 (김 실장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 유포’를 지시하기도 한다고 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김 실장 사퇴설이 퍼지는 과정에 청와대 인사나 박 대통령 측근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진태 총장 취임 이후 검찰이 수사를 통해 청와대 심기를 거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진위 여부를 밝히는 수사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검찰은 채동욱 전 총장 ‘찍어내기’ 의혹 관련 수사에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은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결론을 내렸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 1심에서 선거법 무죄가 선고됐을 때에도 침묵을 지키다 항소시한 막판에 떠밀리듯 항소장을 제출하기만 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한 청와대 문건의 보도 및 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착수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문건 유출과 관련된 부분을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검사 산하 특수2부에 배당하고, 명예훼손 부분은 전담 수사 부서인 형사1부에 분리 배당했다. 연합뉴스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한 청와대 문건의 보도 및 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착수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문건 유출과 관련된 부분을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검사 산하 특수2부에 배당하고, 명예훼손 부분은 전담 수사 부서인 형사1부에 분리 배당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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