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80억~90억 원 적자...
매출 40% 정부ㆍ지자체 보조금
포항시ㆍ운영사, 물량 확보 난항
개항 5년차인 포항 영일만항 컨테이너터미널이 부도 위기에 처했다. 780억 원의 설립 자본금은 해마다 80억~90억 원씩 나는 적자로 연말이면 22억 원 가량만 남게 된다. 내년이면 마이너스 34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포항영일만신항㈜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신항은 물동량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컨테이너 처리량은 지난해 14만3,866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예상치 32만4,000TEU의 44.4%, 올해도 연말까지 15만5,000TEU로 소폭 늘 것으로 보이지만 목표(36만5,000TEU) 달성률(42.5%)은 되레 하락할 전망이다.
매출구조도 극히 불량하다. 지난해 올린 119억4,500만 원의 매출 가운데 40%가 최소물동량 부족에 따른 정부 보조금이다. 반면 지출은 인건비 등 운영비 136억2,200만 원, 금융비용 73억500만 원에 달해 89억8,200만 원의 적자다.
진짜 위기는 내년부터다. 차입금 1,580억 원 중 건설비 1,145억 원의 원금상환기일이 도래한다. 13년 분할 상환이지만 원리금만 89억 원이나 된다. 현재 수입구조로는 파산이 불가피하다. 출자사들의 사정으로 증자도 여의치 않다.
신용도가 떨어져 크레인 설치를 위한 70억 원 대출에 나섰으나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무산됐다.
영일만항은 민간 기업이 건설한 뒤 국가에 기부채납하고 50년간 운영권을 가지는 BTO(Build-Transfer-Operate)방식 항만이다. 정부는 수익이 예상치를 밑돌 경우 일정부분을 보조하는 최소수익운영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을 항만사 측과 체결했다. MRG는 2012년까지 59억3,000만 원, 지난해 46억 원, 올해 45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항만이용 인센티브로 화주와 선사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경북도와 포항시가 해마다 각각 15억 원이나 된다.
당면 최대 과제는 일단 부도위기를 면하는 것이다.
포항영일신항㈜ 최동준 사장은 “영일만항 외에도 평택항과 마산항, 울산신항 등 컨테이너 터미널 모두가 어려워 정부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며 “차입금 원금 상환 유예, 출자사들의 고통분담 등으로 당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와 함께 78억원을 투자한 포항시도 비상이다. 연간 물동량이 20만TEU가 될 때까지 지급키로 한 15억 원의 인센티브가 큰 부담이다. 이강덕 시장이 지난 13일 대구ㆍ경북 수출 기업을 상대로 물동량 유치를 위한 포트세일을 열었고, 지난달 말에 이어 지난 27일에도 구미공단을 찾아 항만이용을 호소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성과는 불투명하다. 포항시 등이 항만건설 당시 기대했던 대구ㆍ경북 지역 물동량은 지난해 2%에 불과했다. 한 구미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는 “영일만신항은 부산항 보다 운송거리가 다소 짧다는 이점이 있지만 선편이 부족해 화물을 제때 처리할 수 없다”며 “납기가 생명인 제조업체 입장에서 부산항 대신 신항을 이용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항만 측은 2018년 개통 예정인 포항역~영일만항간 11.235㎞의 인입철도가 완공되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영일만항 배후단지에 냉동창고를 건립해 급한 불을 끌 계획이다.
이창우 포항시 항만물류담당은 “인입철도가 개통하면 구미지역 화물이 운송비가 저렴한 철로를 통해 대거 유입할 것”이라며 “2017년까지 버티면 수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김진홍 부국장은 “영일만항에 확보돼 있는 항로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나오츠카의 항만 증설 공사가 한창으로, 지금 위기만 잘 넘기면 물량은 크게 늘어날 것 같다”며 “포항시와 운영사는 구미지역 포트세일에 집중하면서 배후단지에 전자제품 등을 보관할 수 있는 대형 창고 건설 등 업체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기반 시설 확충에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