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보다 비싼 이미지는 옛말
택배ㆍ공과금 납부 서비스에
카페ㆍ공연무대ㆍ공부방도 마련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사는 대학졸업반 오영진(27)씨는 자취를 해 아침과 저녁을 편의점에서 해결할 때가 많다. 점심은 학생식당이나 친구들과 먹지만 나머지 식사는 편의점 도시락 같은 간편식이나 치킨, 피자 등 즉석요리를 즐겨 먹는다. 예전보다 종류도 다양해지고, 맛도 좋아진데다 무엇보다 혼자 먹으러 가기 편해서다. 최근에는 편의점의 택배 대신 받아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해 빈방으로 배달되는 택배를 누가 받아줄 지 전전긍긍하지 않아서 좋다. 오씨는 “한밤 중이나 급할 때 감기약이나 소화제뿐 아니라 속옷도 사러 간다”며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데다 품목과 서비스가 다양화해지고 있어 혼자 사는 사람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고 말했다.
편의점이 변신하고 있다. 상품도 다양하지 않은데 가격만 비싸다는 이미지도 옛말이 됐다. 편의점들이 다양한 상품은 물론 택배, 공과금 납부뿐 아니라 카페, 공연, 공부방으로 변신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도시락을 중심으로 한 음식매장과 복합 편의공간을 갖춘 ‘도시락카페’1호점을 열었다. 1, 2층을 합친 매장 면적이 264㎥로 일반 편의점보다 4배나 크다. 1층에서는 알뜰폰과 와이셔츠 화장품 등을 대폭 늘렸고, 2층에는 32석 규모의 탁자와 식사를 하며 회의도할 수 있는 별도의 미팅룸(8석)도 마련했다. 또 방문 고객에게 3D프린트 이용권을 저렴하게 판매해 USB에 데이터를 담아오면 3D프린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CU도 점포마다 특성을 살린 새로운 형태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4월부터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점에서는 여유공간을 활용해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거리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앰프 마이크 조명 등의 공연장비를 지원해주면서 음악가뿐 아니라 고객들로부터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동숭동 또 다른 편의점인 동숭아트점은 매장 내 8㎥공간에 회의용 탁자와 화이트보드 등을 설치한 미팅룸을 운영 중인데 시간당 1인 1,000원을 내면 6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노트북도 무료로 빌릴 수 있고 복사 스캔 출력 등 복합기도 사용할 수 있다. 또 강원 삼척시에는 지난달 20일‘나대지 한시매장’을 열었다. 건물이나 부대시설이 전혀 없는 빈 땅(나대지)을 단기간 빌려 컨테이너 형태의 한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인데, 일정기간 매출을 검증해 본사, 가맹점주, 토지소유자의 수익성을 시험해보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편의점 음식도 갈수록 고급화하고 있다. 자체상품(PB) 과자 등으로 재미를 본 데 이어 즉석식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도시락 등 즉석식품 판매비중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매년 50%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1, 2인 가구가 늘면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제품도 빵 튀김 도넛 원두커피뿐 아니라 최근에는 어묵 떡볶이 찐빵 등 겨울철 간식도 판매 중이다.
CU에선 즉석 조리식품 매출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21.1% 늘었다. 원두커피 튀김 도넛 순으로 잘 팔리고 있다. 올 7월에는 아예 오븐에서 직접 구워서 판매하는 즉석 피자(3종·5,900원)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취급점포를 700여개로 늘릴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은 삼각김밥 빵 국물떡볶이 등 편의점 먹거리 가운데 1개를 먹기는 아쉽고 2개를 먹기엔 많다는 의견을 고려해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1.5배 늘린 ‘더 커진’브랜드를 출시하고 14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달에는 더 커진 홍삼바베큐치킨, 더커진 홍삼오리훈제 2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GS25는 치킨 만두 햄버거 등 ‘위대한 시리즈’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는데 올 들어 매출이 지난해보다 79.1%나 늘며 히트상품이 됐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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