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칼스텐츠까지 14년 만의 쾌거...국내 산악인도 엄홍길 등 5명만 성공
수천만원 등정 비용 모두 자비 충당..."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 들었을 것"
“14년 만에 비로소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버린 듯 홀가분합니다.”
1일 이른 아침 인천국제공항 도착장을 통해 귀국한 손영조(48)씨는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오랜 목표를 이뤄냈다는 기쁨에 표정은 밝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덕유산사무소에 근무하는 손씨는 지난달 20일 오전 9시10분 인도네시아 칼스텐츠(해발 4,884㎙)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최초로 7개 대륙의 최고봉 등정에 성공했다.
2001년 유럽 최고봉인 엘부르즈(5,642㎙)를 시작으로 2003년 남미 아콩카구아(6,959㎙), 2004년 북미 매킨리(6,194㎙), 2005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8㎙), 2008년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8,848㎙), 2010년 남극 빈슨메시프(4,895㎙)를 차례로 정복했다. 7번째로 이번 오세아니아 지역의 칼스텐츠까지 14년 만에 거둔 쾌거다.
전문 산악인 중에서도 7개 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한 이는 흔치 않다. 국내산악인 중에서도 고 박영석 대장과 엄홍길 오은선 박영미 허영호씨 정도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다 보니 무엇보다 비용과 시간의 부담이 가장 컸다. 한번 등정하는데 2,500만원 정도 필요하고, 남극 정복에는 무려 4,500만원이 들었다. 고정 스폰서가 없어 대부분이 자비다.
손씨는 “7대륙 원정으로 웬만한 아파트 한 채는 고스란히 날렸을 것”이라며 웃었다. 직장인이다 보니 시간 내기도 만만치 않다. 인력도 문제다. 전문가 등정은 보통 4명이 한 팀을 이뤄 역할 분담을 하는데, 손씨의 경우 혼자 등반해 동영상, 사진, 등반 기록 등을 모두 해결해야 했다.
북미 매킨리 등정이 가장 힘들었다. 히말라야만큼 험준한데다 북극에 가까운 추운 날씨라 등반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손씨의 정신적 멘토였던 고 고상돈 대장이 1979년 실종된 곳이기도 하다. 매킨리 등정 당시 휴가는 다 끝나가는데 기상이 악화해 베이스캠프에서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마냥 하늘만 쳐다볼 수 없어 혼자 등반을 강행해 성공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산 도중 크레바스(만년설이 갈라져 생긴 깊은 틈)에 하반신이 빠지기도 했다. 사흘 간격으로 2개 봉우리(로체, 에베레스트) 연속 등반에 성공했던 2008년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초등학생 시절 TV를 통해 고상돈 대장의 히말라야 등정 성공을 축하하는 카퍼레이드를 보고 산악인으로서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중ㆍ고교 때는 고향(전북 남원) 근처 지리산에 자주 올랐다. 직장인이던 1995년에는 꿈을 위해 다니던 회사를 떠나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이직했다.
손씨의 이번 성공이 의미를 더하는 것은 긴 기간에 걸쳐 꾸준히 도전한 점이다. 전문산악인의 경우 7대륙 등정은 4, 5년 정도에 끝내지만 손씨는 적지 않은 나이에 목표를 이뤘다.
“처음 7대륙에 도전할 때는 성공하리란 생각을 못했어요. 그저 하나씩 도전하는 것만으로 행복했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성취감, 인생의 의미는 정말 대단합니다. 여러분도 불가능에 도전해 보세요.”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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