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당 환율 180.77원 마감, 中과 실시간 거래로 비용절감 기대
대중무역 위안화 결제 비중 현재 1.2% 수준서 20%대로 ↑
원ㆍ위안화 직거래시장이 1일 개장, 순조롭게 첫날 거래를 마쳤다. 정부는 대중(對中) 무역의 위안화 결제 비중을 현재 1.2%에서 20%로 끌어올리고 유사시 한ㆍ중 통화스와프 자금을 동원할 뜻을 밝히는 등 시장 활성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외환시장이 달러 중심으로 구축된 상황에서 원ㆍ위안화 직거래가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 9시 위안당 180.30원으로 개장한 직거래시장은 한때 환율이 181.60원까지 올랐다가 오후 3시 180.77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기존 시장에서 통용되던 환율, 즉 달러화를 매개로 산출되는 원ㆍ위안화 재정환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날 거래량은 53억9,500만위안(9,733억원ㆍ약 8억7,000만달러)으로, 서울 외환시장의 하루 평균 원ㆍ달러 거래규모(80억~100억달러)의 10분의 1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ㆍ달러 거래량 등을 감안, 내부적으로 산정했던 기대량을 넘어선 수치”라고 말했다.
시장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개장일 거래량을 적으면 5억달러, 많으면 10억달러로 예상했는데 최대치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편에선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기업 무역자금 등 실수요거래는 아직까지 많지 않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 한ㆍ중 정상회의에서 통화 직거래시장 개설에서 합의한 이후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장을 준비해왔다. 호가 단위는 0.01원, 최소 거래단위는 100만위안(1억8,000만원)으로 정했다. 서울외국환중개ㆍ한국자금중개 등 외국환중개사 두 곳은 중개시스템을 개발, 세 번의 시험거래를 마쳤다. TF는 개장 초기 유동성 부족 문제를 막기 위해 시장조성자(장중 지속적으로 호가를 제시하는 기관) 제도를 도입, 국내외 12개 은행을 시장조성자로 선정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개장 행사에서 위안화 직거래시장을 “커다란 잠재력을 지닌 새내기 벤처기업”에 비유하면서 “이 벤처기업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히든챔피언으로 길러내겠다”고 했다. 한국을 홍콩, 싱가포르 수준의 대표적 위안화 역외허브로 만들겠다는 것. 이주열 한은 총재는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할 경우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위안화를 시장에 공급하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원ㆍ위안화 직거래시장의 핵심은 국내 위안화 중개시스템-청산은행(중국 교통은행)-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으로 연결되는 은행 간 거래망이다. 그동안 국내 은행은 홍콩 등 역외시장에서 달러를 매개로 위안화를 사들이거나 처분해야 했지만, 이번 직거래시장 개설로 낮은 수수료로 중국 측과 실시간 위안화 거래가 가능해졌다. 외환 도매시장 격인 은행 간 시장의 위안화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서 개인 등이 지불하는 환전수수료도 0.06~0.1%가량 절감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한국과 중국 정부의 정책적 의지, 교역ㆍ관광 등 양국의 풍부한 외환 수요 등 원ㆍ위안화 직거래시장이 기본적인 성공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특히 연 2,200억달러(2013년)에 이르는 양국 무역 결제대금이 흘러 든다면 직거래시장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회의론도 적지 않다. 글로벌 기축통화로 독점적 위치를 점한 달러화가 최대 장벽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 등 국내 외환 수요자들이 원ㆍ달러 거래에 워낙 익숙한 데다 시장 기반도 넓고 효율적이라서 달러를 통한 위안화 교환에 불편을 못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중 무역 결제대금의 95%가 달러인 것이 현실이다. 김단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상무는 “국내 위안화시장을 활성화하려면 홍콩, 싱가포르 등 역외 위안화 허브들과 연결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인프라나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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