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스트레스 업무상 사망 첫 인정
입주민의 폭언 등 모욕적인 대우에 시달리다 분신해 지난달 숨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의 경비원 이모씨에 대해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경비 노동자의 감정 노동과 이로 인한 자살이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된 첫 사례다.
근로복지공단은 1일 “질병판정위원회로부터 이씨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심의결과를 통보받았으며 이르면 2일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으로 최종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 유족들은 이씨가 분신한 직후 근로복지공단 강남지사에 “자살을 시도할 만한 가정불화나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고, 일터에서 모욕 등으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산재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신청했고, 이씨가 끝내 사망하자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28일 의사 등 전문가들로 이뤄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을 열어 “업무 중 입주민과의 심한 갈등과 스트레스로 인해 기존의 우울상태가 악화됐고, 정상적인 인식능력을 감소시켜 자해성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공단측은 이씨가 2012년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기존 질병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상당 부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재가 인정되면서 유족들은 이씨의 우울증 치료와 화상 수술에 따른 비용과 유족급여 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이씨의 죽음을 개인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나 업무상 사망이 인정되면서 이씨의 명예가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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