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동향 보고서’를 작성한 박모 경정이 문건 유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서 누가 청와대에서 문건을 외부로 빼돌렸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박 경정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한다면, 경우의 수는 크게 2가지로 좁혀진다. 문건이 공개됐을 경우 이득을 노린 제3자가 이번 사건을 주도했거나, 아니면 박 경정이 직접 문건을 갖고 나오지 않더라도 다른 경로를 통해 우회적으로 문건을 유출했을 경우다.
이에 경찰 내부의 암투에 따른 문건 유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경정급 경찰이 통상 4, 5명인 것에 비춰 박 경정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경찰의 소행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1일 “청와대 파견은 경찰의 출세 코스이기 때문에 서로간에 경쟁이 심하다”며 “박 경정이 소위 ‘잘나가는’ 경찰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직원이 박 경정이 출력한 문서나 복사본을 갖고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행정관이 머무는 위민관의 경우 건물 내부 복도나 사무실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점을 노린 것이다. 최근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청와대 직원은 선발과정에서 신원조회가 까다로운 대신 내부 근무공간에서의 감시망은 느슨한 편”이라며 “컴퓨터 파일이나 USB면 몰라도 문서 몇 장쯤 빼돌리는 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문건이 공개될 경우의 정치적 파장에 비춰볼 때 박 경정이 문건을 허술하게 관리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박 경정이 청와대 내부의 제 3자를 통해 청와대 밖으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경우 박 경정은 문건 유출의 직접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청와대는 제 3자의 존재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3자가 문서를 유출했더라도 박 경정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의심을 거두고 있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는 앞서 문건을 보도한 언론을 고소하면서 박 경정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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