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감경 관행 개선 목소리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엄벌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법원은 여전히 가해자인 피고인의 형량을 감형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명숙)가 개최한 ‘판례 분석 심포지엄’ 발제문에 따르면, 전국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확정 판결된 성폭력 사건 가운데 검사나 피고인이 항소한 총 939건 중 299건(31.8%)에 대해 1심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징역 6월∼2년으로 감형된 경우가 178건(59.5%)로 가장 많았고, 징역 2∼5년이 91건(30.4%), 징역 6월 미만은 16건(5.3%)으로 나타났다.
여성변회 관계자는 “(감형된 판결 중) 집행유예 판결의 62.5%가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합의가 이뤄지고, 형사처벌전력 없음’을 사유로 거론했다”며 “(합의라는) 한 가지 요소가 형량을 감경하면서 동시에 집행유예 사유로도 거듭 적용됐다는 것인데, 법원은 성폭력 사건 엄벌을 위해 이 같은 불합리한 양형 관행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폭력 범죄의 친고죄 조항을 삭제하고 아동·청소년 성폭력범죄의 처벌을 강화한 개정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지난해 6월 이후 판결 361건을 이전 판결 947건과 비교한 결과 실형 선고 비율이 0.5%포인트 줄었고,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1.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의 양형 권고 하한보다 낮은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도 20%에 달했다.
다만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한 강동혁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은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시행 전에 발생한 사건은 옛 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시행일 전후의 선고를 비교해서는 개정법에 따른 양형 변화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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