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현재 근무 중이고 입장정리 안돼" 사유 밝혀
재판장 현장 검증 예정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 처음 도착하고도 승객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등 부실 구조활동 상황을 감추기 위해 함정일지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목포해경 경비정 123정(100톤급) 정장 김모(53) 경위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첫 재판에 불출석했다.
광주지법 형사 11부(부장 임정엽)는 1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경위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지만 김 경위는 출석하지 않았다. 김 경위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근무 중이고 기록 내용이 방대해서 아직 피고인과 변호인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전체적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표현이 서툴러 진의와 다르게 오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불출석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장은 “공판준비 절차라 안 나올 수도 있지만 이례적”이라며 “그래도 재판 첫날인데 피고인이 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의 모두 진술, 변호인의 의견 진술 등이 이어졌다.
검찰은 “승객 대부분이 로비, 객실, 복도 등에 대기하는 상황에서 교신을 시도하지 않아 승무원들이 승객을 대기시키는 것을 방치하고 123정 승조원들에게 갑판으로 가서 메가폰 등으로 승객 퇴선을 유도하도록 지시하지도 않았다”며 “그런데도 함정 일지에는 적절한 조치를 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승객 퇴선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당시 상황이 워낙 다급하고 배의 경사가 심해 방송을 하지 못했고, 했다 하더라도 승객 등에게 전달돼 모두 바다에 뛰어내리게 할 수 있었을지는 다투고자 한다”고 밝혀 쟁점을 예고했다.
재판장은 확성기를 이용한 해경의 퇴선 방송이 효과가 있었는지 판단하려고 헬기를 동원해 현장 검증을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 경위는 지난 4월 16일 오전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의 현장 지휘관으로서 선내 승객 상황 확인, 123정 승조원과 해경 헬기의 구조활동 지휘, 승객 퇴선 안내ㆍ유도 조치 등을 소홀히 해 승객들이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음 재판은 22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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