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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다이어리<79>자녀교육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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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다이어리<79>자녀교육의 의미

입력
2014.12.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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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서 자녀 교육의 첫 번째를 꼽으라 하면 아마도 조선시대 세자의 교육이었을 것이다. 왕조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를 존속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왕조를 이어가기 위한 세자의 교육은 당연히 가장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중전의 몸에서 장자로 태어나면 우선적으로 세자가 될 확률이 높았으며 그리고 부왕인 왕의 의중이 세자 책봉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세자는 교육을 통해 좋은 임금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으며 힘들고 고된 교육 과정을 거쳤다.

조선시대에 세자로 책봉(지정) 되면 동궁(세자의 처소)에 시강원이라는 교육 기관이 설치된다. 시강원이란 조선시대 정삼품아문(正三品衙門)으로 세자를 모시고 경사(經史)를 강독(講讀)하며 도의(道義)를 바르게 계도(啓導)하는 일을 관장한다. 세자의 사부(師傅)는 영의정과 좌ㆍ우의정이 겸직하였으며 10여 명의 전임 관료들이 담당하였다.

세자 교육에는 당대의 최고 학자들이 참여하였으며 또한 다양한 교육을 시켰다. 왕이 되기 위해서는 문(文)ㆍ무(武)를 두루 겸비해야 했기 때문에 강도 높은 교육이 진행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세자로 지정이 된다는 것은 다음 왕이 된다는 기쁨과 함께 힘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문을 좋아하는 세자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학문보다는 무예나 사냥 등 다른 분야에 더 관심이 많았다면 그 자체로 문제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왕조 국가에서는 문과 무를 두루 겸비한 만능 세자를 원했지만 사람의 능력이란 결코 여러 가지를 다 잘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태조의 아들 양녕대군 같은 경우에는 학문보다는 무예나 사냥에 더 관심이 많았고 강도 높은 세자 교육을 상당히 힘들어 했으며, 그렇다 보니 점점 다른 쪽으로 관심을 쏟아 결국은 세자가 된 후 14년 만에 폐위되고 만다. (역사저널 그날) 우리에게 알려진 역사에서는 학문을 하기 싫어하고 여색을 밝혀서 쫓겨난 세자이지만 실제로는 글도 잘 쓰고 활을 굉장히 잘 쏘는 등 다양한 재주가 많았다고 한다. 양녕대군이 세자에서 폐위된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본인의 성향에 맞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지금이나 예전이나 공부보다는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 궁중에서 태어났다고 한들 본능은 비슷했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타고난 성향이나 특징은 사실 변하기 어렵다. 공부를 더 좋아하는 사람 혹은 다른 분야를 더 좋아하는 사람 등 본인이 타고난 장점을 살리는 것이 일의 성취도 및 자기 만족감 등에서 좋은 성과를 올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곳 볼링그린 주립대학 스포츠 매니지먼트에서 법을 가르치고 계신 조성호 교수님은 학교 다닐 때 별로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운동은 좋아해서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입학했고 그러면서도 공부를 잘하지 않았다고 겸손하게 이야기 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대학교 때는 강의실보다 당구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제때에 졸업을 하신 것을 보면 나름대로 공부와 여러 취미를 잘 병행하셨을 것이다. 졸업 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며 흥미를 느끼지 못해 직장 생활 3년 만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미국 유학을 오셨다. 스포츠 마케팅을 전공해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한국에 좋은 대학 교수 자리를 제안 받지만 다시 스포츠에 관련된 법을 공부하고 싶어 전 재산을 투자해 애리조나 주립대학 로스쿨에 지원하고 합격해 고달픈 로스쿨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곳에서 공부를 한다면 사계절 모두 골프를 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할 정도로 골프광이지만 로스쿨 3년 동안 고작 세 번의 라운딩을 했다고 한다. 그런 인내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법을 배우면서 느꼈던 재미였다고 했다. 만약에 재미가 없었다면 결코 졸업할 수 없는 힘든 과정이었고 더군다나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약점을 가지고 미국 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운 과정이다. 그럼에도 밤새 공부해서 다음날 토론을 하며 진행하는 과정을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이분이 매번 말씀하는 것이, 본인이 전혀 공부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재미있는 부분도 있더라며 특히나 재판에 관련된 내용을 읽을 때면 굉장히 흥미롭게 읽어지는 것이 많이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스포츠 매니지먼트 박사학위와 미국 상표권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다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 법에 관련해서 경제학을 공부하면 좀더 나은 방향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으며 본인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도전하신다고 한다. 누구나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있으며 그것을 찾아 열심히 한다면 조 교수님처럼 재미도 있고 성취감도 있으며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는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장점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 장점을 살린 공부를 하는 것이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낼 확률이 높다. 우리는 자녀를 교육시킬 때 주로 공부가 우선시 되지만 누구나 공부를 잘 할 수 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부모들은 자식들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예의도 바른 만능이 되기를 원한다. 그것은 위에 언급한 세자의 ‘만능인’ 교육과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세자는 당대 최고의 선생님들로 구성된 최고의 교육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공부가 어려웠는데 과연 내 아이들에게 이런 만능을 원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재미가 있고 계속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일을 찾아주고 도와주어서 본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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