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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여주고 평가받는...후불 인생도 나쁘지 않네요"

입력
2014.12.0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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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자유계약선수(FA) 가운데 제1호로 원소속 팀 LG에 잔류한 박용택이 지난달 28일 잠실구장 내 구단 회의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용택은 “(돈보다)나를 프로야구 선수로 이끌어 준 LG와 팬을 택했다”고 말했다.
올시즌 자유계약선수(FA) 가운데 제1호로 원소속 팀 LG에 잔류한 박용택이 지난달 28일 잠실구장 내 구단 회의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용택은 “(돈보다)나를 프로야구 선수로 이끌어 준 LG와 팬을 택했다”고 말했다.

● 열흘간의 가족 여행… 협상 기간 땐 3시간 수면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시즌이 끝나면 한번쯤 떠나는 가족 여행이었지만 이번엔 그래서 남달랐다. 프로야구 9개 구단 전체 외야수 가운데 독보적인 4년간의 성적으로 평가 받고자 했고, 우선협상 결렬까지도 각오했다. 실제로 그가 시장에 나오기만 기다리는 팀도 있었다.

‘억’ 소리가 난무하는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후련하게 1호로 팀 잔류를 선언한 ‘쿨가이’ 박용택(35ㆍLG)은 “마음을 독하게 먹을수록, 돈 생각을 할수록 이상하게 점점 마음 한 구석은 허전해지더라”면서 “내가 왜 야구를 하고 있는지, 중학교 시절 LG라는 팀이 좋았던 때가 자꾸 떠올랐다”고 말했다. LG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 전 열흘 간의 하와이 외유를 마치고 돌아온 박용택은 매일 밤 잠을 뒤척였다.

● 4년 만에 풀린 옵션 족쇄…“난 늘 ‘후불’인생”

4년 전 박용택의 첫 번째 FA 계약은 선수들이 ‘갑’이 된 요즘과는 정반대로 화제가 됐다. 4년 총액 34억원이었는데 그 중 옵션이 절반이 넘는 18억원. 자존심이 극도로 상한 박용택은 이후 ‘최고의 4시즌’을 보낸 뒤 옵션이 아닌 ‘보장’ 50억원으로 재평가 받았다.

그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입단한 2002년을 떠올렸다. “계약금 2억3,000만원을 제시 받았는데 비슷한 동기생들에 비해 형편없었죠.”유지홍 스카우트를 찾아간 그는 “어떻게 하면 계약금을 더 받을 수 있겠느냐”고 당돌하게 따졌다. 시즌 성적을 토대로 한 연봉도 아닌 신인 계약금을 올려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LG 구단은 “마무리훈련 때 당시 김성근 감독에게 인정을 받으면 올려주겠다”고 묘안을 내놨다. 김성근 감독은 그 해 마무리캠프에서 LG 유니폼을 입고 있던 양준혁, 김재현 등 국내 최고의 좌타자들을 불러 놓고 “저 친구 방망이 치는 것 좀 보라”고 말했다. 갓 입단한 신인 박용택이었다. 결국 LG는 7,000만원을 더 얹어 계약금 3억원을 내밀었다. 그리고 박용택은 2002년 KIA와 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최고의 루키 시즌을 보냈다. “늘 먼저 보여주고 재평가 받아온 야구 인생이었는데 돌이켜 보면 그게 자극제가 된 것 같기도 해요.”

● 최고령 타자… 의류 업계 종사가 훗날 꿈

박용택은 야구계에서 대표적인 패셔니스타로 자신뿐 아니라 동료들의 스타일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스타일리스트다. 패션 센스가 뛰어난 동갑내기 부인 한진영씨조차 외출할 때 남편의 점검을 거쳐야 할 정도다. 그래서 이왕 관심 있는 분야 제대로 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은퇴 후에는 일단 지도자부터 프런트, 방송 해설위원까지 세 가지 방면의 야구 관련 일을 모두 경험해 보고 싶고, 평소 관심 있던 의류 업계 쪽 일도 생각하고 있어요.”

욕심 많은 박용택은 일단 현역 생활의 마지노선을 향후 8년으로 잡았다. 우리 나이로 44세가 되는데 프로야구 최고령 타자가 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또 보여주고 평가 받아야죠. 입단할 때부터 닮고 싶었던 (이)병규형 기록도 다 깨고 싶고요.”

글ㆍ사진=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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