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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면활성제 없이도 물과 기름 혼합시킨 무공해 화장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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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면활성제 없이도 물과 기름 혼합시킨 무공해 화장품 나온다

입력
2014.12.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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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연구진 초음파 집속 장치 개발

추민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직접 개발한 초음파 장치로 물과 기름을 혼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표준연 제공
추민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직접 개발한 초음파 장치로 물과 기름을 혼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표준연 제공

자연적으로는 절대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을 국내 연구진이 인공적으로 혼합하는데 성공했다. 화학성분 첨가 없이 수성과 유성 성분을 섞을 수 있어 상용화하면 인체 친화적인 화장품과 의약품 제조 등에 널리 활용할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1일 “신기능재료표준센터가 실온 대기 중 환경에서 초음파를 이용해 기름을 나노미터(1㎚=10억분의 1m) 크기의 입자 형태로 바꿔 물 속에 분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추민철 책임연구원은 “물과 기름을 실온에서 계면활성제를 전혀 쓰지 않고 안정적으로 섞을 수 있는 현존 유일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올 4월 화장품 성분인 세티올 오일과 천연 올리브 오일에 초음파를 가해 100㎚ 안팎의 미세 입자로 분해한 뒤 각각 증류수에 분산시켰다. 이후 8개월째인 지금까지 각 기름 입자는 증류수 속에 균일하게 섞여 있다. 추 연구원은 “40도에서 약 한달 간 혼합 상태를 유지하면 안정성이 있다고 보는 국제기준을 이미 충족했다”고 말했다.

초음파로 물과 기름을 섞으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기존 장치로는 기름을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단위 입자로밖에 분해하지 못해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달라붙어 물 위로 떠오르면서 수일 안에 다시 물과 분리됐다. 연구팀은 고주파 에너지를 집중시켜 작고 균일하게 분해된 입자를 물 속에 고루 분산시키는 ‘초음파 집속 장치’를 자체 개발해 이 한계를 넘었다. 추 연구원은 “입자가 아주 작으면 분자가 자유롭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현상(브라운 운동)이 가벼워서 떠오르려는 움직임보다 우세해지며, 입자 크기가 균일하면 서로 응집하려는 경향이 줄어든다”고 혼합의 원리를 설명했다.

화장품이나 의약품을 제조할 때 물과 기름 성분을 섞는 기술은 필수다. 지금은 대부분 친수성(물)과 소수성(기름)을 한번에 붙잡아두는 계면활성제를 쓴다. 천연 계면활성제라 해도 화학공정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인체 유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계면활성제 안 쓰는 혼합 기술 개발에 과학자들이 매달려 온 이유다. 연구팀은 국내 한 화장품 기업과 함께 이 기술을 자외선차단제 제조에 활용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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