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ㆍ부산시ㆍ울산시, 울산서 ‘규제개혁 끝장토론회’
626억 신규투자ㆍ660억 비용절감…현장-중앙 협력 ‘공감’
울산 온산공단에서 종이와 펄프를 생산하는 무림P&P㈜는 자체로 중수도 시설을 설치, 공업용수 9만톤 중 3만톤을 재이용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재이용 용수에 대해서도 공업용수 수준의 수질기준이 적용돼 큰 고민에 빠졌다. 추가 시설비 100억원와 연간 47억원의 운영비를 더 지출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림 측의 고민이 한방에 해결되는 기회가 찾아왔다. 1일 행정자치부와 부산시, 울산시가 울산시청 시민홀에서 개최한 ‘규제개혁 끝장토론회’(사진)에서 이런 기업 애로를 들은 정종섭 행자부 장관이 직접 온산공단 현장을 찾았고, 환경부도 관련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키로 하면서 무림 측의 고민은 곧 사라질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중수도를 이용하는 전국의 다른 기업들도 불필요한 비용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과 서병수 부산시장, 김기현 울산시장이 공동 주재한 이날 토론회에는 중앙부처 국(과)장, 경제단체 관계자, 교수, 변호사 등 400여명이 참석, 규제사례 해결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달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IMF와 OECD로부터 가장 효과적인 성장전략으로 인정을 받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이 바로 규제개혁인 만큼 ‘규제 길로틴’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부산ㆍ울산지역 기업인들의 기대도 매우 컸다.
이날 제1세션에선 기업인들이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으며,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들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 성림엔지니어링㈜의 남곤 대표는 “부산 화전산단에 고형연료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부산ㆍ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열병합발전소 입지가 가능하도록 ‘산업단지 실시계획’을 변경하겠다고 답변했고, 낙동강유역환경청도 환경영향평가 협의 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550억원이 투자되는 열병합발전소 건립이 완료되면 화전산단 기업들은 연간 110억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해지며, LNG 수입대체 효과도 310억원에 달하고, 탄소중립형 원료사용으로 탄소배출도 현재 대비 53.7%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울산 온산공단 환경관리협회의 최승봉 회장은 이산화황(SO2) 저감을 위해 액체연료(B-C)와 기체연료(LNG)를 병행 사용하면 더 강한 기준인 기체연료 배출기준(100ppm)이 적용돼 결국 액체연료(180ppm)를 사용하게 된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환경부는 두 연료의 병행사용 시 액체연료 배출기준(180ppm) 범위 내에서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배출기준이 개선되면 울산을 비롯한 전국 공장들의 기체연료 사용이 증가하고 이산화황 배출은 감소, 대기환경이 개선되고 비용절감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의 2개 기업에 적용해본 결과 연간 500톤의 이산화황 배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기오염 저감시설 설치비 250억원과 연간 운영비 8억원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세션에선 기업인들이 저마다 규제애로를 호소했다. 부산시 버스운송사업조합 김인섭 전무는 개발제한구역 내 공영버스차고지에 대한 자동차 종합정비업 허용을 요청했고, 국토부는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키로 했다. 이 사례가 해결되면 동부산 공영버스차고지는 연간 5억원의 견인비와 위탁수리비를 절감할 수 있고, GB에 위치한 전국 30개 버스차고지도 연간 145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규제개혁을 외쳐도 현장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고, 반대로 지자체에서 규제개혁을 하려 해도 중앙부처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국민과 접점에 있는 지자체 현장에서 중앙부처와 협력, 불필요한 규제들을 적극 개선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재정투입 없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규제개혁”이라면서 “지역현장을 방문해 불필요한 규제를 뿌리 뽑고 일자리 씨앗을 뿌릴 테니, 중앙부처에서도 법령 개정을 통해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기현 울산시장도 “규제개혁의 출발점은 규제를 위한 규제들을 혁파하는 것”이라며 “규제개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는 목표와 방향, 속도가 가장 중요한 만큼 확고한 비전과 철학, 절박성을 가지고 끈기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