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파견 檢 직원에 흘렸다는 설까지
1월 작성 후 왜 지금 나왔는지 의문
靑 보완 철저해 사적 이메일도 불가능
매일 한두 장씩 숨겨 나올 수는 있어
이른바 ‘정윤회 보고서’ 유출 경위를 둘러싸고 각종 추측과 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일부 언론이 유출자로 지목한 박모 경정이 혐의를 강하게 반박하고 나섬에 따라 문서유출 사건이 진실공방으로 흐를 조짐도 보이고 있다.
30일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여전히 박 경정을 유력한 유출 용의자로 지목하는 분위기이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행정관으로 파견됐던 박 경정이 올해 2월 경찰로 복귀하면서 문제의 보고서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그가 감찰 문건들을 박스째 반출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청와대는 박 경정이 정윤회 보고서를 처음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와 평소 가까운 관계였고 지난 4월 ‘청와대 파견 비위 공직자들을 제대로 징계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세계일보가 보도한 것도 박 경정이 또 다른 감찰 문서를 넘겼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서 유출자를 박 경정이라고 봤기 때문에 금요일에 수사 의뢰하면서 포함시킨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의 유출 경위와는 별개로 이 문서가 언론에 흘러 들어간 경로에 대해서는 두 갈래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박 경정이 서울경찰청 정보부 정보1분실장으로 발령이 날 것으로 알고 분실장 사무실로 청와대에서 가져온 서류 박스를 옮겼다가 정보1분실 직원들이 문서를 몰래 꺼내본 뒤 복사해 돌렸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 아래 청와대 관련 스캔들이 추가로 보도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두 번째는 청와대 근무 이후 총경 승진도 못하고 일선 경찰서 과장으로 사실상 좌천된 것에 앙심을 품은 박 경정이 청와대에 흠집을 내기 위해 고의로 언론에 유출했을 가능성이다. 그 방식에 대해선 청와대가 의심하는 대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세계일보 기자에게 직접 줬다는 설과 박 경정이 청와대에 파견 나와 있는 검찰 직원에 보고서 내용을 흘리고, 이 내용이 경찰청 정보 형사를 거쳐 언론사로 전달됐을 것이라는 설이 혼재한다.
하지만 상당 부분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가설일 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청와대 파견 경험이 있는 경찰관 A씨는 “청와대 보안 수준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매일, 불시 등 각종 보안 점검이 철저하고, 출퇴근 때 보안 검색까지 하는데 감찰 문서를 박스째 갖고 나간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외부에서 들여온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사용할 수도 없고, 사적인 이메일 전송도 보안에 걸린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청와대에서 박 경정이 다량의 문서를 갖고 나왔다는 전제부터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박 경정이 문서를 한두 장씩 몸에 숨겨 갖고 나왔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올해 1월 6일 작성된 보고서를 10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공개한 이유와 유출이 본인의 판단에 의한 것인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등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쨌든 청와대가 박 경정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하고 박 경정이 청와대 안에서 문서를 도난 당했다고 결백을 주장함에 따라 사건의 진상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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