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복귀 전 누군가 내 서랍 손대… 빨리 조사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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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복귀 전 누군가 내 서랍 손대… 빨리 조사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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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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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가선 묵비권 행사하겠다 靑도 내가 유출 안 한 것 알아

좌천 앙심 품었다면 기자회견했지 문서 빼돌리는 꼼수는 안 쓸 것

박근혜정부의 숨은 실세라는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씨 관련 내부 동향 보고서를 유출한 것으로 지목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박모(48) 경정. 그는 자신을 유출범으로 몰아가고 있는 일부 언론에 불만을 드러내며 “빨리 검찰 조사를 받고 싶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모친이 위독해 휴가를 낸 것인데 마치 도피한 것처럼 비친 것도 그를 분노케 했다. 29일 서울 강북의 한 공원에서 만난 박 경정은 갈색 점퍼에 검은 등산복 바지 차림이었다. 면도를 하지 않은 얼굴, 충혈된 눈이 그의 피로감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하 일문일답.

-당신이 청와대에서 문서를 박스째 들고 나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장 사무실에 보관하다가 정보가 유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늘을 우러러 자신 있게 말하지만 완벽한 소설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3월 갑자기 청와대로 발령이 났다. 그래서 옷, 사무용품, 지수대장을 하면서 입수한 첩보를 적은 노트 등을 경찰청 캐비닛 두 개를 빌려 넣어놨다. 올해 2월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장으로 발령이 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마침 분실에서도 짐을 옮기라고 해서 분실장실에 갖다 놓았던 거다. 그런데 발령이 나지 않아 2주도 안 돼 짐을 뺐다.”

-그 짐에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서가 없었나? 문서는 아니어도 이동식 저장장치(USB) 안에 담아서 나올 수도 있지 않나.

“청와대가 어떤 곳인데 문서를 박스째 들고 나가는 걸 모르겠나. 보안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외부에서 들여온 USB를 절대 사용할 수 없다. 내부에서 사용하는 건 퇴근할 때 전부 반납해야 한다. 문서를 청와대 밖으로 갖고 나온 적도 없다. 분실 직원들이 있지도 않은 문서를 돌려봤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청와대나 언론은 당신이 보고서를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에게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올해 3월 경찰에 복귀해 일선서 과장으로 사실상 좌천된 데 앙심을 품고 공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 기자는 사실 친하지 않다. 올해 4월 ‘청와대 행정관 비리 문건 확보’ 기사를 쓰기 전에도 나한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기사가 나간 날 ‘청와대에서 한 일에 대해 말할 수 없다. 미안하다’는 문자만 보냈다. 내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기자회견을 하지 (문서를 빼돌려 언론에 주는) 꼼수는 쓰지 않는다. 내 성격이 원래 그렇다.”

박 경정은 인터뷰 내내 보고서 내용과 작성 경위에 대해서는 “절대 말할 수 없다. 청와대 안에서 한 일에 대해서는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유출 경위에 대해서도 줄곧 대답하지 않다가 설득 끝에 겨우 입을 열었다. 그는 보도하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한국일보는 마땅한 반론 기회 없이 의혹이 한 개인에게만 집중되고 있다고 판단해 지면에 밝히기로 했다.

-그러면 누가 유출한 건가.

“내 문서가 도난 당한 거 같다. 내가 경찰로 복귀하기 얼마 전 내 서랍에 있던 서류를 누군가 복사한 것으로 안다. 내가 국내 특수수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사람인 만큼 증거도 물론 갖고 있다. 검찰에서 빨리 불러서 조사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누가 훔쳤고 지시한 사람은 누구인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검찰에서 내가 유출한 게 아니라는 것만 이야기하면 된다. 검찰 가서도 이런 보고서 어떻게 썼느냐고 물어보면 묵비권을 행사하겠다. 그건 무덤까지 갖고 갈 거다. 청와대도 내가 유출하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을 거다. 세계일보 기자는 고소했지만 나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만 한 것도 그런 맥락 아니겠나.”

-청와대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찌라시를 종합한 수준’‘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지시하고 박 경정이 작성했으나 내용이 조악해서 파기했다’ 등으로 폄하하는데 사실인가.

“거짓말이다. 내용이 조악하다는 건 조 비서관을 바보로 만들려고 한 말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떳떳하다면 왜 27~28일 휴가를 내고 전화도 받지 않았나.

“어머니께서 노환으로 위중하시다. 그래서 24일 휴가 신청을 내고 27일 본가(경북)에 가서 어머니를 병원 응급실로 모셨다. 28일 보고서에 대한 보도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 어머니를 누님에게 맡기고 서울로 급하게 올라왔다. 처음에는 청와대 관련 이야기라 할 말이 없다고 했던 것인데, 내가 유출자로 지목되니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20년 넘게 경찰로 일해왔는데 지금 심정은.

“지나간 세월 원망해봤자 나한테 득이 될 게 없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다만 청와대에서 오라는 연락 받고 ‘내게 온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건 패착이었다. 하지만 거부했으면 ‘반골’이라고 찍혔을 거다. 공무원이 그런 거 아니겠나.”

김이삭기자 hiro@hk.co.kr

현 정부의 숨은 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시사하는 청와대 문건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박모(48) 경정이 1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경찰서로 출근해 잠시 머물다가 휴가를 내고 경찰서를 떠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와이 영상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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