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열악한데 엉뚱하게 쓰여…" 대학생·졸업생들 대거 서류 접수
다른 대학 유사 소송 승소에 영향, 국·공립대서 규모 가장 커 파장
국ㆍ공립대 기성회비 반환 소송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ㆍ공립대 가운데 기성회비 예산이 최대 규모인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 학생들이 대규모 소송단을 꾸려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방송대 신(新) 기성회는 29일까지 재학생과 졸업생을 상대로 마지막 7차 소송 접수를 받은 결과 총 3,750여명(63억원 규모)이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위한 서류 접수를 마쳤다고 30일 밝혔다. 소송 액수는 1인당 적게는 33만9,000원에서 많게는 650만원에 달한다.
국ㆍ공립대 기성회비는 1963년 정부가 문교부 훈령을 제정, 이를 근거로 대학별로 기성회를 조직해 회비를 거둘 수 있도록 한 게 시초다. 재정이 열악한 대학들은 이를 통해 긴급한 교육시설을 확충하기도 했지만, 자율적 회비라는 취지와 달리 강제 징수된 데다 다른 용도로도 사용돼 논란이 돼 왔다. 2010년 11월 서울대 등 8곳 대학생 4,086명이 첫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제기한 이후 유사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대의 경우 재학생 10명이 2012년 3월 소송을 제기한 이래 계속 소송 참가자를 늘려왔다. 지난달 말 시작된 7차 접수에는 단기간 내 가장 많은 인원인 600여명이 몰렸다. 마감일인 27일까지 우편접수를 하지 못한 70여명은 현장 접수가 진행된 29일 종로구 동숭동 대학본부 앞을 직접 찾기도 했다. 유아교육과 재학생인 손모(47)씨는 “큰 강의실에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배치해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이는 등 수업 환경은 열악한데, 우리가 낸 기성회비가 엉뚱한 곳에 쓰인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송대 학생들이 이처럼 소송에 적극적인 것은 타 학교 학생들이 제기한 유사 소송이 1ㆍ2심에서 승소하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 기성회 관계자는 “만약 대법원이 ‘기성회비 징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해 기성회비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소송단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나중에 기성회비를 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 소송 참여를 위한 ‘막차’를 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대 학생들의 소송 참여는 파급력이 크다. 방송대는 재학생만 14만3,000여명에 달하는 데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방송대 기성회 예산은 1,996억여원으로 국ㆍ공립대 가운데 가장 큰 규모기 때문이다.
올해 설립한 방송대 신 기성회는 9월 조남철 전 총장을 비롯, 구 기성회 임원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구 기성회에 대해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동근(환경보건학과 4학년) 신 기성회 회장은 “방송대의 경우 국고지원 비중이 20% 수준으로 다른 4년제 국립대학보다 현저히 낮은데,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기성회비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그렇게 걷은 돈을 불법적으로 연구수당 지급 등에 사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송대 관계자는 “대학 자체적으로 한 게 아니라 훈령을 근거로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관행을 불법으로 단정짓는 것은 어폐가 있다”면서도 “어떤 판결이 나든 그 뜻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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