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사업화 이뤄져야 선순환"
중기 연구개발 지원도 크게 늘려
“우리나라는 매년 연구개발(R&D)비로 세계 5위 수준인 17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는데 정작 사업화에 성공하는 기술은 5개 중 1개 뿐이다.”
안남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의 고민과 이에 대한 해답 찾기는 여기서 출발했다. 그는 28일 “기술 사업화가 제대로 이뤄져야 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도 늘고 재투자가 진행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사업화 여부를 모든 기술 평가의 주요 잣대로 만들었다. 평가원은 에너지 R&D 전담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전력기반조성센터, 한국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 등 4곳을 묶어 2009년 출범했다.
2012년 5월 취임한 안 원장은 국가 R&D 결과를 기술적 잣대로 평가했을 때 성공률이 90%를 넘어서면서도 이를 제품화해 매출을 일으키는 사업화 비율은 20% 초반에 머무는 모순적 상황에 깜짝 놀랐다. 그는 “사업화 성공률이 영국(70.7%), 미국(69.3%), 일본(54.1%)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진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E)도 한국 산업기술정책에 대해 사업화 측면의 낮은 평가 전문성, 기술을 시장에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 부족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외부 전문 컨설팅 기관에 의뢰해 평가 틀을 기술성 일색에서 기술성과 사업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다시 만들었다. 특히 우리 기술의 해외 경쟁력 향상을 위해 올해부터 미국, 유럽 등 해외 한인과학자들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이들의 평가 내용을 10%씩 반영했다.
또 안 원장은 R&D 중점 지원 대상을 기존 대학, 국책연구소에서 중소기업으로 바꿨다. 국책 연구소들의 반발이 컸지만, 중소기업 기술의 평균 사업화 성공률이 국책연구소 사업화 성공률보다 4배 이상 높다는 것이 이유였다.
평가원은 중소기업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 할 수 있도록 3개 전문 컨설팅 기관을 통해 밀착 지원 해주고, 과거 기술도 다시 끄집어 내 사업화 가능성을 점검하는 ‘마중물 프로젝트’도 시행 중이다. 아울러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 해외 국책 연구기관과 함께 ‘될 성 부른’ 기술에 자금을 지원하고 마케팅을 추진하는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물론 당근만 주는 것은 아니다. 안 원장은 “지원 대상 중 1년 후 재평가 해서 처음 약속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탈락시키는데 올해 첫 탈락 기업이 나왔다”며 안타까워했다.
안 원장은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나와 미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원자력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전력을 거쳐 미국 중앙전력연구소(EPRI) 수석연구원 등을 지냈다. 그는 “앞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기술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성장 가능성 높은 에너지 기술을 발굴, 육성하는 것이 평가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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