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이다. 나도 대체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식당에서 물과 반찬이 공짜로 제공되고 전기와 수돗물이 싸게 공급돼서 살기 좋은 건 아니다. 그런 근거를 들어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힘주어 말하는 걸 듣고 있자면 한없이 초라한 기분이 든다. 우리나라 관공서들이 후딱후딱 일을 빨리 처리해서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비슷하다. 사계절이 뚜렷해서, 유구한 역사를 가져서 그렇다고 배운 것 같기도 하다. 협동심과 근면성을 강조하던 동요 가사도 생각난다. 근데 그런 것들이 정말 우리나라의 좋은 면들인가 싶다. 좀 더 그럴 듯한 이유는 없는가. 우리나라라고 지칭할 때 그 외연과 내포는 너무나 뚜렷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라는 말이 배타적인 것이 되지 않게, 무엇보다 그 단어를 촌스럽게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애초에 좋고 나쁨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마흔 즈음이 되니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가 더 잘 보이고 분통 터지는 일도 많다. 우리라고 무작정 옹호할 수도, 적대감을 가지고 욕할 수만도 없다. 한심하다고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성도 해야 하고 비판도 필요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 잘 생각해 보면서 해야 할 것이다. 이기심과 사행심이 거기에 끼어 있지는 않은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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