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정사장면을 짜깁기한 동영상이라도 이를 받아보는 사람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조모(38)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30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 7월 직장 동료인 A씨에게 올해 개봉한 영화 '황제를 위하여'의 정사장면만 따로 편집한 2분35초 분량의 동영상을 SNS로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동영상을 보고 심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 및 모멸감을 느꼈고 배우자가 알게 돼 가정불화가 생겼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 조씨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등급분류를 받은 영화 중 정사장면만 편집한 것으로 '음란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판사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의 대상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영상 또는 물건일 뿐 (형법 상 불법 제작ㆍ보급된 영상 등) 음란물일 필요는 없다"며 "조씨는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동영상을 A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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