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정당방위 주장에 반론
뉴욕타임스, 사건의 법적 절차 지적
전문가들은 "검사 심문 과정 편파적"
미국 주요 언론들이 백인 경관 대런 윌슨에 대한 불기소 결정에 일제히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추수감사절 하루 잠잠했던 인종차별 항의 시위도 28일부터 다시 불붙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는 30일자에서 목격자들의 엇갈리는 진술을 들어 흑인 청년 브라운에 총격을 가한 윌슨의 행위가 정당방위였는지에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목격자 24명은 “부상당한 흑인 남자가 그를 쏜 경찰관 쪽으로 걸어갔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했지만 브라운이 윌슨에 항복할 의사를 보이고 순순히 손을 들어올렸는지에 대해선 다르게 증언했다.
목격자 중 세 명은 브라운이 윌슨을 위협하려는 혐의가 분명히 있다고 진술했고 두 명은 혐의는 있어 보이나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브라운이 윌슨 쪽으로 전진하긴 했지만 비틀거리는 등 부상한 것으로 보였고 항복할 의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 근처에 위치한 캔필드 그린 아파트 거주자는 “브라운은 손을 들고 윌슨과 마주했다”며 “총에 맞아 다친 듯 절뚝거렸고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증언했다.
세인트루이스의 검사들도 브라운이 도망가다 갑자기 윌슨 쪽으로 돌아선 것은 맞지만 위협할 의도가 있었는지는 확실하게 말하지 않고 있다. 사건을 맡은 로버트 맥컬러크 검사는 “브라운이 윌슨 쪽으로 움직였고 경관이 여러 번 총을 쐈으며 브라운은 이때 치명상을 입었다”고 설명할 뿐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았다. 윌슨은 앞서 “브라운은 두 손을 올리고 있지 않았다. (마치 총을 꺼내 들 것처럼)오른 손을 허리 축에 두고 내 쪽으로 뛰어오려고 했다”며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도 29일자에서 이번 사건의 법적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맥컬러크 검사는 지난 8월 “나는 유무죄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며 “검사들이 대배심에게 증거를 제출하고 결정은 대배심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애초 검사의 기소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통상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대배심에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만, 이 사건은 어떤 방향도 제시하지 않고 대배심에 결정을 맡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검사의 심문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검사가 윌슨의 증언을 반박하는 질문은 거의 하지 않고 그에게 혐의가 없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만 뒷받침해줬다고 봤다. 뉴욕대 법학과 레이첼 바코우 교수는 “윌슨의 증언과 충돌하는 목격자의 증언에는 반대신문이 풍부했으나 윌슨의 증언 자체에 대한 반대신문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보통 대배심 절차와는 반대로 피고인 윌슨이 첫 번째 증언자로 나온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윌슨의 증언이 이 사건을 설명하는 기초적인 이야기로 굳어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대 교수이자 8년간 연방 검사를 지낸 로리 리틀은 “경험상 경관의 증언을 먼저 듣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보통 대배심은 목격자의 증언이나 증거 등을 모두 검토한 뒤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진술을 듣고 비교한다”고 말했다.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는 27일 밤부터 격렬한 시위가 재개돼 15명이 경찰에 잡혀갔다. 시위대는 블랙프라이데이인 28일을 ‘브라운프라이데이’로 명명하고 억울하게 숨진 브라운을 애도하고 부당한 사법체계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29일 퍼거슨에서 ‘정의를 위한 여정’이라는 이름의 행진을 시작했다. 브라운이 숨진 아파트 앞에서 미주리 주지사 관사가 있는 제퍼슨시까지 193㎞를 걸어가며 미 경찰 개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코널 윌리엄 브룩스 NAACP 의장은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우리의 행동이 절대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을 미국과 전세계에 보여주는 첫 시위”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초 사건 발생 이후 휴직 상태이던 윌슨은 이날 퍼거슨 경찰당국에 서한을 보내 안전문제로 사직하겠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경찰직을 계속 수행하고 싶으나 그보다는 다른 경관과 지역사회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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