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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실용적 화해' 해법 보여 준 나진·하산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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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실용적 화해' 해법 보여 준 나진·하산 사업

입력
2014.11.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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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석탄을 싣고 북한 나진항을 출발한 화물선이 그제 오전 포항 앞바다에 도착했다. 남북 물류협력사업인 나진ㆍ하산 프로젝트 시범사업의 성공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 화물선이 오늘쯤 포스코 전용부두인 포항항에 들어가 하역할 4만5,000톤의 유연탄은 포항제철소 고로의 코크스 원료로 쓰이게 된다.

이번 시범사업의 성공은 여러 가지 이유로 눈길을 끈다. 우선 이번 시범사업을 5ㆍ24 조치의 예외로 인정한 정부의 자세다. 최근 들어 활발히 제기되고 있는 5ㆍ24조치 수정론이나 해제론에 대한 실질적 응답이다. 제3국을 경유한 간접적 대북 투자나 경협은 실용적 잣대에 따라 허용할 수 있음을 보였다. 지난달 24일 시범사업 점검을 위해 북한에 갔다가 그제 귀국한 13명의 대표단에는 포스코와 현대상선, 코레일 컨소시엄 관계자는 물론 정부 관계자가 포함됐다. 대표단 관계자들은 북측이 적극적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으로 본계약 체결과 사업참여의 공식화를 통해 남ㆍ북ㆍ러 또는 남북 차원의 추가 경제협력 사업으로 번지고, 남북관계의 경색을 풀어나갈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리란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우리의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본격 참여의 발판으로 삼을 만하다. 1990년대 유엔개발계획(UNDP)이 주도한 두만강지역개발계획(TRADP)이 2005년 GTI 체제로 전환한 이래 한국은 적극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사업참여 계기를 찾지 못했다. 중국은 2009년 두만강개발사업을 동북3성 개발계획과 연계해 중앙정부 사업으로 격상시키고 북ㆍ중ㆍ러 국경지역과 나ㆍ선지구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했다. 러시아도 하산과 자루비노 항구의 인프라 현대화와 함께 하산~나진 철도 현대화 사업을 마쳤다. 이번 시범사업에서 활용된 54㎞의 철도가 그 결과였다. GTI의 핵심 물류거점의 하나로 여겨져 온 나진항은 장기적으로 러시아가 중국의 협력을 얻어 본격화할 북극해 에너지자원 개발 및 항로 개척 사업과도 닿아 있다.

나아가 이번 시범사업은 러시아의 시베리아ㆍ극동 에너지 자원에 대한 안정적 획득 가능성을 끌어올린다. 나진항을 경유한 육ㆍ해로 복합운송은 다른 경로에 비해 약 1.5일의 시간과 15~20%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의 ‘셰일 혁명’에 대응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중요 소비국에 천연가스와 석탄 등을 공급하려는 러시아의 중장기 전략에 비추어 하산~나진~동해안 복합운송로 선점은 막대한 경제적 실익을 점치게 한다. 우리측 컨소시엄이 북ㆍ러 합작기업 ‘라손콘트란스’의 러시아 지분(70%)의 절반을 인수할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은 한결 확고해진다.

물론 리스크는 있다. 지난해 개성공단 사태에서 보듯, 남북관계의 불안정이라는 정치 리스크는 여전하다. 다만 정치 리스크를 정치적 대화로 바로 풀기 어려운 남북관계의 현실에서 경협 기반강화와 확대는 의미 있는 위기대응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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