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찌라시 수준...즉각 조치 안해"
"파문 따른 인사조치" 뒷말 분분
'정윤회, 박지만 미행설' 갈등 시점
정황상 민정라인서 개입 개연성
청와대는 28일 정윤회씨와 이른바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 3인방 등에 대한 공직기강비서관실 동향보고서를 ‘찌라시 짜깁기 수준’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그러나 문건이 작성된 지난 1월 이후 청와대의 석연치 않은 사후 조치 때문에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왜 후속 조치가 바로 없었나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던 A경정이 문건을 작성한 시점은 1월 6일. 그는 문건을 상급자인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고했고, 조 비서관은 다시 직속상관인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에게 이를 구두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비서관은 또 청와대 보고 관례에 따라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구두를 통해 대면 보고까지 했다고 한다.
문제의 보고서 핵심 내용은 ‘찌라시 등을 동원한 김기춘 실장 2014년 초 교체 시도’였다. 따라서 자신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정씨 등의 시도에 대해 김 실장이 격분하거나 정씨나 청와대 3인방에게 따로 반격 조치를 취했을 법하다. 하지만 A 경정만 문건 작성 한 달 뒤인 2월 경찰로 좌천성 원대복귀 조치되고, 이어 4월에는 조 비서관마저 청와대를 떠났다.
청와대는 문건 자체가 ‘풍설’에 불과한 이른바 ‘찌라시’수준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A경정이 원대복귀라는 좌천성 인사를 당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인사는 통상적인 인사였다”고 덧붙였지만 A경정과 직속 상관인 조 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나게 된 것도 문건 파문에 따른 인사조치였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사실 확인은 어디까지 이뤄졌나
청와대는 문건에 나온 내용이 맞는지 2차례 사실 확인을 거쳤다고 한다. 김 실장이 첫 보고를 받은 시점과 이날 관련 내용이 보도된 직후다. 민 대변인은 “조사라고 얘기하기 뭐하지만 확인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특히 정씨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회동 장소로 거론된 강남의 식당을 거론하며 “당사자들은 가본 적도 없다고 한다. 필요하면 그 장소에 가서 취재하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청와대 차원에서 진상파악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기초 조사는 거쳐 내용 자체가 터무니 없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A 경정이 경찰에서 감찰로 뼈가 굵은 전문가인 만큼 기초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고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경찰 안팎의 얘기다. 공직기강비서관실 근무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청와대 비서관이 보는 문건인데 일정한 사실관계 확인도 거치지 않고 보고서를 올리는 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조응천과 A경정의 작품인가
지난 3월 시사저널은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정윤회씨 측에게 미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보도, 정씨와 법정 다툼 중이다. 당시 시사저널은 ‘박지만 회장이 김기춘 실장에게 미행 문제를 항의했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간부(조 비서관)에게 알리자, 이 간부가 A 행정관에게 지시해 미행사건 내사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감찰이 진행됐다는 것이지만 정씨가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민ㆍ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사실관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번에 공개된 동향보고서도 이런 흐름 속에서 작성됐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건이 ‘공직기강비서관실’명의로 작성됐고 김기춘 실장까지 보고된 점으로 미뤄 조 비서관과 A 경정 차원이 아닌 민정라인이 개입한 공식 감찰일 개연성이 있다는 추론이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에서 정씨에 대한 감찰을 실시한 바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