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 등에 대한 동향보고서를 작성한 당사자로 지목된 A(48) 경정은 비리 수사와 감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2013년 중순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파견 전까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일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2011년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이 권력형 비리와 기업범죄 등 대형 범죄를 전담하기 위해 신설한 기획수사 조직으로 검찰의 특수부와 금융조세조사부를 합친 기능을 담당해 왔다.
A 경정은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재직하며 굵직한 사건들을 여럿 수사했다. 지난해 세무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는 뇌물을 받은 국세청 직원들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고, 2012년 경찰 간부가 수사지휘 검사를 고소한 사건 수사도 지휘했다. 같은 해 경찰의 늑장 대응으로 20대 여성이 살해당한 ‘우웬춘 사건’에도 발을 담갔다. 경찰 관계자는 28일 “A 경정은 파장이 큰 사건을 자주 맡은데다 업무 욕심도 많아 항상 자신감이 넘쳐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열정과 수사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에 입성했으나 거꾸로 과도한 의욕이 화를 불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A 경정이 일단 지시가 떨어지면 국회나 청와대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취합하다 보니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A 경정은 올해 1월 경찰 정기인사철이 아닌데도 돌연 인사조치돼 원대 복귀했고, 3월 서울 모 경찰서 정보과장으로 발령났다. 그는 경찰 복귀 후 주변인들한테 억울함을 자주 토로했다고 한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도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과 청와대 고위인사들의 불화로 A 경정이 ‘팽 당했다’는 말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A 경정이 청와대에 근무할 때 확보한 내부 비리나 첩보 등을 언론에 흘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A 경정은 현재 휴가를 낸 상태이며, 자택에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날 기자에게 보내 온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금은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해해 달라”며 관련 사실에 대한 답변을 일체 거부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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