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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실패… 우리은행 또 못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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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실패… 우리은행 또 못 팔았다

입력
2014.11.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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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분 4번째 매각 시도, 中 금융사 1곳만 응찰로 무효화

내달 4일 소수지분 낙찰자 결정, 공자위 내부선 분할 매각 기류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시도가 또다시 실패했다. 벌써 네 번째다. 당국 수장이 “직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치고도 최소 2개 기관이 응찰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외환위기 당시 휘청대던 우리은행을 구하려 투입된 혈세 13조원의 회수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우리은행 민영화 무산은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은행을 살 수 있는 자금과 능력, 그리고 자격을 갖춘 곳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분 매각을 공언했다 발 빼기를 되풀이하는 정부의 금융보신주의가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28일 우리은행 정부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마감 결과 경영권 지분(30%)에 중국 안방보험만 응찰, 유효경쟁이 성사되지 못해 입찰이 무효화됐다고 밝혔다. 안방보험은 생명보험, 자산관리 등 종합보험금융 업무를 취급하는 자산 7,000억위안(121조원) 규모의 대형 금융사다.

이날 소수지분 매각 입찰도 동시 마감한 공자위는 응찰자들의 매입희망 지분률을 합산한 결과 총 23.76%라고 밝혔다. 소수지분 매각분(26.97%) 중 콜옵션 행사 대비분(8.99%)을 제외한 실제 매각분(17.98%)의 1.32배에 해당된다. 최소 0.4%, 최대 10%의 지분 매입이 가능한 소수지분 입찰에는 교보생명의 주요 경쟁사인 한화생명과 함께 우리은행 사주조합, 코오롱인더스트리ㆍ두산 등 기업체가 응찰했다.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한 홍콩계 투자회사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싱가포르투자청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하지만 이중 당국이 정한 예정가격 이상 써낸 곳만 낙찰을 받을 수 있어 실제 얼마나 팔릴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당초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을 두고 국내에선 교보생명과 새마을금고, 해외에선 중국 안방보험과 공상은행 등이 유력한 입찰 대상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 영업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3조원 내외로 추산되는 인수가격이 걸림돌이란 관측 속에 자금력을 갖춘 안방보험만 입찰에 응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입찰 의사를 밝혀온 교보생명은 법규상 직접 조달이 가능한 자금이 1조3,000억원 수준이어서 다른 기관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재 회장 개인이 지분 34%를 보유한 회사라는 점도 은행을 소유하기에 부적격이라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지분인수 타당성을 두고 해외공동투자자 및 컨설팅사와 검토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돼 인수 참여를 유보했다”고 밝혔다.

2010년 이래 네 번째로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실패한 정부는 다시금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특히 이번 매각 작업은 총책임자 격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우리은행 민영화에 직을 걸겠다”며 강도 높게 추진해온 터라 신뢰 추락의 폭이 더욱 클 전망이다.

교보생명이 입찰에 아예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당국과의 사전조율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비입찰자들을 기준 미달을 이유로 본입찰에서 탈락시키는 것보다는 아예 진입을 막아야 책임론에서 다소 나마 자유로워질 것이란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우리은행 경영권지분을 살 여력이 있는 주체는 은행 소유에서 사실상 배제된 산업자본과 외국자본 뿐이고, 게다가 은행 수익성 악화로 매물의 매력이 없다는 점에서 예고된 실패”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내달 4일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순으로 소수지분 낙찰자를 결정하는 한편, 무위로 돌아간 경영권지분을 재매각하는 방안을 내달 초 검토할 방침이다. 공자위 내부에선 지분 일괄매각을 재시도하기보단 이번 소수지분 매각처럼 분할 매각을 택하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 지분의 ‘몸통’ 격인 경영권지분 매각 실패로 주가 상승 여력이 떨어지면서 소수지분 매각의 흥행 재연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소수지분 보유 기관이 난립하면서 우리은행 지배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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