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소 150m 거리 주차장 옆 소나무 감염 확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양동마을에도 감염
소나무에 침범해 수액이 이동하는 통로를 막아 말라죽게 하는 재선충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에 이어 불국사까지 습격해 산림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도와 경주시 등은 경주시 진현동 불국사 매표소에서 150m 가량 떨어진 주차장 옆에서 말라 죽은 소나무를 검사한 결과 재선충병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도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시료를 채취해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고, 오후 2시쯤 선충을 분리했다.
도와 경주시는 죽은 소나무를 제거한 데 이어 반경 5㎞ 이내 구역의 소나무에 대해 합동전수조사를 벌이고, 불국사 경내 소나무 200여 그루에는 예방 주사를 놓기로 했다. 아울러 경북도와 경주시, 문화재청, 산림청은 29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재선충병 확산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불국사 앞에서 발견된 문제의 소나무는 몇 달 전부터 마른 가지가 발견됐고, 이달 18일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재선충 감염 징후가 농후했지만 경주시는 이날 아침까지도 관련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점은 2012년 재선충병이 발생한 경주시 외동읍 괘릉리에서 불과 3.5㎞ 떨어진 곳으로 소나무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특히 포항과 경주시는 전국에서 재선충병이 가장 심한 지역임에도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적 제502호인 불국사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며, 다보탑 석가탑 청운교ㆍ백운교 금동비로자나불상 등 모두 7개의 국보가 있고, 경내에는 수 백 년 된 소나무 200여 그루가 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양동마을도 마을을 둘러싼 야산 북동쪽 자락에서 이미 수 백 그루의 감염목이 발견돼 방제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주시는 지난 겨울 양동마을 일대를 중심으로 11㏊ 1만585그루에 대해 예방주사를 접종했지만 확산저지에 실패했다. 11월 현재 경북지역에선 14개 시ㆍ군에 걸쳐 10만 그루가 재선충에 감염된 상태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산림청이 인정한 예방주사는 20㎝ 전후 소나무 800그루에 접종하는 데 약값만 230만원이 들어 전면적인 예방은 불가능하다”며 “관련부처와 협의, 예산을 확보해 사적지 등 문화재 주변에는 전면적인 예방접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경주=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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