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그랑프리 국제대회 준결승서...라이벌 왕기춘에 지도승..2연패
2014 제주그랑프리 국제유도대회 남자 81㎏급 준결승이 열린 28일 제주 한라체육관. 김재범(29ㆍ한국마사회)과 왕기춘(26ㆍ양주시청)이 마주 섰다. 2007년 6월 체급별 선수권대회 결승 이후 7년5개월 만이다. 당시 승자는 왕기춘이었다. 배대뒤치기로 효과를 따내며 73㎏급 1인자로 우뚝 섰다. 열 아홉 살의 왕기춘은 이보다 3개월 앞선 회장기 전국대회에서도 김재범을 꺾었다. 2전 2승이다. 이후 김재범이 81㎏급으로 체급을 올리면서 둘의 대결은 없었다.
“올림픽 챔피언입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흰색 도복의 김재범을 먼저 소개했다. 청색 도복의 왕기춘도 곧장 매트 위에 섰다. 적막했다. 모두가 원하는 맞대결에 관중들도 숨을 죽였다. 지도자석도 비었다. 조인철 국가대표 감독, 송대남 최민호 코치 등은 자리에 앉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지켜볼 뿐이었다.
1분이 갓 지난 상황, 심판이 왕기춘에게 지도를 줬다. ‘비정상적인 잡기’라는 이유였다. 2분이 지나자 이번에는 둘 모두에게 잇따라 2개씩의 지도가 부여됐다. 공격 의사는 없고 단지 잡고만 있다는 것이다. 서로를 너무 잘 아는 탓이다. 맞대결은 고작 두 차례지만 태릉선수촌에서 한솥밥을 먹은 게 5년 이상이다. 섣부른 공격은 곧 패배다. 누구 하나 큰 공격 없이 탐색전, 눈치싸움을 했다.
그러다 경기 종료 1분 전, 왕기춘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도가 1개 더 많아 패배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종료 35초 전, 19초 전에도 발뒤축걸기를 시도했다. 빠른 동작으로 선배의 빈 틈을 노렸다. 그러나 ‘챔피언’ 김재범은 노련했다. 매트에 등이 닿기 직전 잽싸게 몸을 돌려 실점을 피했다.
이 과정에서 김재범의 오른쪽 눈썹 위에서 피가 났다. 두 번째 공격을 시도하고, 방어하다가 서로의 얼굴이 부딪혔다. 김재범은 갑작스런 출혈로 머리에 붕대를 감고도 남은 19초 동안 왕기춘의 공격을 침착하게 막았다. 7년 5개월 전의 패배를 되갚는 순간이었다.
결승에서 조아킴 보티오(벨기에)를 양팔업어치기 한판승으로 제압하고 대회 2연패에 성공한 김재범은 “(왕)기춘이는 세계가 인정하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나. 후배이지만 정말 잘한다”며 “서로를 잘 알아서 특별한 기술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도 힘든 경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동메달을 목에 건 왕기춘은 “아시안게임 이후 훈련량이 많지 않아 체력적으로 부족했다. 예전처럼 적극적이고 움직이는 유도가 안 나왔다”며 “그래도 유도에 대한 간절함, 도전 의식이 생겼다. 오늘 패배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남자 73㎏급의 ‘떠오르는 신예’ 안창림(20ㆍ용인대)은 자신의 첫 시니어 그랑프리 무대를 금메달로 장식하며 포효했다. 재일동포 3세로 지난 3월 처음 태극마크를 단 그는 이스라엘 강자 사기 무키(이스라엘)를 빗당겨치기 한판으로 제압했다. 한국은 이날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제주=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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