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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니까 청춘

입력
2014.11.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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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을 끌어내려 비정규직처럼 만드는 게 옳은 차별 해소 방편일까. 해고가 쉬워진 만큼 일자리가 는다면 당장 청년층 취업난이 좀 나아지긴 할 테다. 하지만 모두를 불안하게 하는 방식으로 전체 노동시장의 고용 안정성을 하향 평준화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일 리 없다. 외려 젊은이들의 비혼ㆍ비출산 선택을 부추기는 악수가 되는 건 아닌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림은 최근 세미나에서 ‘정규직 과보호론’을 제기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규직을 끌어내려 비정규직처럼 만드는 게 옳은 차별 해소 방편일까. 해고가 쉬워진 만큼 일자리가 는다면 당장 청년층 취업난이 좀 나아지긴 할 테다. 하지만 모두를 불안하게 하는 방식으로 전체 노동시장의 고용 안정성을 하향 평준화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일 리 없다. 외려 젊은이들의 비혼ㆍ비출산 선택을 부추기는 악수가 되는 건 아닌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림은 최근 세미나에서 ‘정규직 과보호론’을 제기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버는 돈 없이 빚만 갚는 꼴이다. 직장과 연금 모두 기성세대 차지여서다. 억울한 청춘이다. 부모도 답답하다. 기껏 가르쳤더니 원망이다. 부자 관료는 뭐가 뭔지 영문을 알 길이 없다.

“아이의 야구 사랑은 별났다. (…) 공을 쫓아 달리는 게 장래 희망 때문인지, 아니면 부모의 욕심 탓인지 판단하긴 이르지만 어쨌든 아이는 주말이면 빠짐없이 차가운 강변 연습장을 뛴다. 나와 아내는 아이의 연습과 경기에 고스란히 주말을 바쳤다. (…) 아이들은 먼지를 한 주먹씩 삼키며 운동장을 돌고 나서야 유연하게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세상의 이치를 잘도 터득해내고 있다. 리틀 야구 코치들이 늘 강조하는 게 있다. ‘공이 어디에 있는지 항상 놓치지 말라’는 말이다. (…) 안전을 위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이는 야구공으로 치환된 경쟁 사회의 금언이기도 하다. 성공(승리)을 위해 목표(야구공)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달려야)하는 세상(그라운드). 지금 공을 쫓는 아이들은 불과 수년 내에 20대로 성장하면 어김없이 부딪혀야 할 사회의 단면을 그라운드에서 목격하고 생존 방법을 습득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른바 20대를 위한 예행연습 중이라고나 할까. (…) 강남에서 10대를 보내고, 해외교환학생과 외국어실력, 그리고 명문대 졸업장의 스펙으로 똘똘 뭉쳤지만 그는 이른바 ‘이케아 세대’라 불리는 불운한 오늘의 20대다. 기능과 디자인이 뛰어나지만 언제라도 다른 제품과 대체 가능해 버려질 수 있는 스웨덴 가구브랜드 ‘이케아(IKEA)’와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 (…) 고금리 시절의 부모세대가 그랬듯이 평생 월급을 절약하더라도 집 한 채 살 수 없는 현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 ‘돌취생(입사 후 다시 취업 준비생으로 돌아온 사람)’ 등으로 자조해야 하는 취업전쟁이 20대의 숨을 차게 만든다. 훈련은 마쳤건만 뛰어들 경기장을 찾지 못한 2014년의 20대.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를 꿈꾸며 저마다의 그라운드를 달리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말해주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홈런을 쳐내기 위해서 땀을 흘리는 훈련보다 중요한 것-예를 들어 좋은 시대와 부모를 타고 태어나는 수동적인 운명-이 적지 않다는 엄혹한 진실을 아이들이 20대가 되기 전에 알아챌까 두렵다. 내일의 20대들이 어제의 20대들을 위해 어떤 짐을 나눠져야 할지 걱정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저 달릴 수밖에.”

-어제의 20대, 내일의 20대(한국일보 ‘36.5˚’ㆍ양홍주 경제부 차장대우) ☞ 전문 보기

“10여년 전이다. 지금은 기획재정부로 이름이 바뀐 재정경제부에 출입할 때의 일이다. 어떤 자리에서 높은 분 옆에 앉아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낮은 출산율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내가 말했다. “애들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다들 애 낳기를 무서워하는 듯해요.” 그분은 쏘아붙이듯 대답했다. “애들한테 돈 쓰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나도 지금까지 돈 벌어서 애들한테 다 썼어요. 돈이 없어 애 못 낳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 얼마 전 한 분이 내 생각을 더 굳게 만들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최 부총리는 “전세 사는 설움을 아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나도 지역구에서 전세 살고 있다”고 답했다. 최 부총리는 서울 서초구의 10억원 가까운 아파트를 포함해 45억여원의 재산을 가졌다고 한다.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지역구에 전셋집을 얻기는 했겠지만, ‘전세 사는 설움’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는 참 살기 힘들다고 한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겨우 대학에 들어가도 아르바이트와 스펙 쌓기로 자신을 뒤돌아볼 여유도 없다고 한다. 어렵게 스펙을 쌓아도 괜찮은 직장에, 정규직으로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벌며 연애는커녕 자기 한 몸 챙기기도 벅차다고 한다. (…) 요즘 젊은이들이 사는 세상은 며칠 전 본 영화 ‘인터스텔라’ 속의 지구 같다. 거대한 황사바람이 수시로 일어나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병해충이 농사를 망쳐버리기 일쑤다. 숨이 막혀 죽고, 굶어 죽을 것 같다.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취직을 못하니 결혼을 못하고, 결혼을 못하니 아이도 낳지 못한다. (…) 다시 기획재정부가 나섰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서 사람을 못 뽑는다.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정리해고를 쉽게 하는 ‘쉬운 해고’도 곧 추진할 듯하다. 그나마 결혼하고, 아이 낳던 정규직마저 언제 잘릴지 모르게 만들겠다고?”

-높은 분들은 모른다(경향신문 ‘로그인’ㆍ김석 비즈n 라이프 팀장) ☞ 전문 보기

국가 입장에서 인구 감소는 손실이다. 노동력-세원을 잃는다. 하지만 출산 강요는 안 된다. 양육은 부모 몫이고 일자리도 넉넉잖다. 저출산이 현실이면 노인 고용 창출이 차라리 낫다.

“저출산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나 있습니다. 하나는 이미 걸어온 방향대로 뻗어있는 길입니다. 어떻게든 애를 많이 낳게 해 인구감소의 재앙을 막아보자는 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풀이 우거지고 발자취가 없는 길입니다. 무리하게 출산율을 높이려 하기보다 새로운 대안을 찾아보자는 길입니다. 화끈하게 정리하면 대응이냐, 적응이냐입니다. (…) ‘새로마지 플랜’이라는 게 있습니다. 2006년에 시작된 정부 저출산ㆍ고령화 대응계획입니다. 출산 장려금·수당을 주고 산후조리와 보육을 도와줬습니다. 대표적인 대응의 길입니다. 몇 년간 무려 수십조원을 썼습니다만 출산율은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 반면 적응의 길은 인구감소를 재앙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 이미 저출산 기조로 들어선 이상 우리가 아무리 발바둥 쳐도 이상적인 출산율 수준으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보다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소외계층을 끌어올리며 노인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저는 적응의 길을 지지합니다. 수당과 세제 혜택을 준다고 낳지 않을 아이를 낳은 사람은 적다고 봅니다. (…) 저출산 기조는 장기 구조적 침체와 비슷합니다. 당장 저출산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표피적 시각에 사로잡혀 시간ㆍ비용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특히 소외계층을 제외하고, 일률적인 출산장려금이나 출산수당은 없애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를 노동의 질을 높이고 극빈층을 살피며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데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시각각(본지 10월 31일자)에서 노인 연령기준을 올리자고 주장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70세, 75세까지 올리면서 일자리를 개발해주면 미래세대의 부양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썼습니다.”

-저출산, 지옥이냐 연옥이냐(중앙일보 ‘이규연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저출산의 공포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2750년 한국인 멸종론’까지 나왔다. 그래서 정부는 다자녀 가구의 세금을 깎아주고 셋째부터는 대학 등록금도 상당 부분 대신 내준다. 최근엔 ‘싱글세’를 만들어 결혼을 독려하자는 얘기, 신혼부부 100만 쌍에게 저가의 임대주택을 제공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 이런 논의의 밑바탕에는 ‘저출산은 국가적 재앙’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기자는 이 전제가 올바른 것인지 의심스럽다. 미래의 저출산은 우리가 지금 우려하는 것만큼 심각한 재앙이 아닐 수도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경제구조의 변화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1970년대부터 기업과 가계의 소득 격차가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기업의 수익은 늘어나는데 노동자의 실질 소득은 그만큼 빨리 늘지 않는다. (…) 노동소득분배율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인구가 유지되거나 늘어나는 것이 국가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믿기 어렵다. 낮은 출산율 탓에 앞으로 노동력 부족이 걱정된다고는 하지만 실제 한국의 젊은이들은 취업을 하지 못해 ‘88만 원 세대’가 되고 있다. (…) 여기에 통일이라도 되어 북한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유입되면 어떻게 될까. 낮은 출산율이 끔찍한 재앙이 아닐 수도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인구 구조다. (…) 낮은 출산율은 과도한 인구밀도에 대한 집단의 자연스러운 반작용일 수도 있다. 경제사학자 그레고리 클라크는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인구가 줄어들 때 오히려 국민 개개인의 생활수준과 행복도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 또 근대 이후 아직 저출산 때문에 망하거나 몰락한 나라가 없다는 사실 역시 ‘저출산 국가 재앙론’에 의심을 품게 만든다.”

-저출산은 재앙 맞나(동아일보 ‘@뉴스룸’ㆍ조진서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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