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 지음
이야기꽃ㆍ36쪽ㆍ1만3,000원
사냥꾼의 쌍안경 안에 벌거벗은 아이가 들어온다. 총과 화살이 날아가고 아이는 쓰러진다. 사냥꾼들은 아이의 어금니를 뽑아 이빨 시장에 내다 판다. 상인들은 어금니를 다듬어 조각품이며 장식품을 만든다. 도시의 화려한 상점에 진열된 이 상품들은 세련된 신사 숙녀들에게 다시 팔려 나간다.
끔찍한 이야기다. 그림책 ‘이빨 사냥꾼’은 상아를 노리는 밀렵꾼들에게 희생되는 야생 코끼리의 비극을 고발한다. 코끼리가 사냥꾼, 아이가 사냥감으로 뒤집힌 설정이 충격을 던진다. 글 없이 그림만 이어지다가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라는 문장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지만 마음은 영 거북하다. 아이가 말한다.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해줘야겠어요. 이상하고 무서운 이빨 사냥꾼 이야기를…”
36쪽 분량에 글은 딱 다섯 줄뿐인 이 그림책의 그림은 검붉은 피를 연상시키는 자줏빛이나 공포가 삼켜버린 듯한 검은 바탕을 깔고 있어 더 무겁고 강렬하다. 작가 조원희는 이 그림책으로 지난해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됐다.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사무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코끼리 12만여 마리가 상아 때문에 살해됐다. 하루에 85마리, 17분에 한 마리 꼴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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