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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보노 기고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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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보노 기고 화제

입력
2014.11.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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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질병과 싸우겠다는 약속, 세계 각국 정부가 지켰더라면 이런 큰 피해 낳지 않았을 것

해답은 빈곤이라는 구조적 문제,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리더십이다

U2의 보노
U2의 보노

아일랜드의 세계적인 록밴드 유투(U2)의 보컬이며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보노(54)가 최근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에볼라는 약속이 깨졌을 때 발생하는 재해다’는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보노는 이 글에서 에볼라의 급속한 확산은 “가난한 나라의 의료시스템이나 부유한 국가의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가치관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며 세계 각국 정부가 “빈곤과 질병에 대항해 싸우겠다는 약속을 지켰더라면 에볼라가 이런 큰 피해를 낳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노의 글을 요약해 소개한다.

모든 질병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의 취약점을 알고 침투한다는 것이다. 에볼라는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했지만 세계는 적절한 초기 대응을 하지 못했다. 에볼라가 급속도로 확산된 것은 단순히 가난한 나라의 의료 시스템이나 부유한 국가의 리더십 부재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관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만일 세계 각국 정부가 ‘극심한 빈곤과 질병에 대항해 싸우겠다’는 약속을 지켰더라면, 에볼라 피해가 큰 서아프리카 3개 국가는 강력한 방역체제를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뽑은 정치인은 우리를 대표해 중요한 약속을 한다. 그것을 이행하지 않으면 중대한 배신을 하는 것이다. 나는 절망을 수없이 맛봐 왔다. 하지만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의 한 병원 콘크리트 바닥에, 그다지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한 의료진은 무서워서 안아주지도 위로해줄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 아이가 자신의 배설물로 범벅이 돼 죽어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달 초 이 글을 쓸 때 나는 자전거 사고로 뉴욕의 한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직후였다. 뼈는 엉망이었지만 내가 받은 의료 수준은 아주 훌륭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앞서 말했던 사진과 너무 대조돼 기분이 나빠질 정도였다.

에볼라는 사회의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 결과 1만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됐고, 그 중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졌다. 일부 지역에서 그 숫자는 줄고 있지만 헛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에볼라는 오랜 기간 창궐할 살인마다. 우리가 에볼라에서 눈을 돌릴 때 우리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사만다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말했듯이 에볼라는 장소를 옮겨 모습을 바꿔 덮쳐 올 것이다. 세계도 그에 맞춰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경우 ‘세계’는 정부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 설명할 의무를 지울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 그것은 시민이고 바로 ‘당신’과 ‘나’를 의미한다.

물론 에볼라 대책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 때문에 다른 질병과의 싸움이 차질을 빚는다면 문제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늘리자는 ‘백신 예방접종을 위한 세계연합’의 내년도 백신 보급회의 같은 것은 중요하다. 회의의 성패는 세계가 이런 문제의 해결에 합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런 형태로 중점적인 투자를 한다면 큰 전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는 에볼라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위기는 극도의 빈곤이고, 기본적인 의료나 의료제도에 대한 투자 부족이다. 해결책은 무얼까. 노래나 공익광고도, 서아프리카에 의사와 간호사를 더 많이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될 테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정부를 향해 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압박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해답은 구조적인 문제, 빈곤이라는 커다란 문제,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리더십이다.

극도의 빈곤상태는 1990년부터 반으로 줄었고 2030년까지는 거의 해소될 것 같다. 세계가 정말 목적의식을 갖고 움직인다면 지금은 아무리 가난한 지역이라 하더라도 에볼라 같은 질병 퇴치뿐 아니라 올바른 통치나 경제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유엔은 12월에 ‘새천년개발목표’(MDG) 최신 보고서를 발표한다. 2000년 채택한 빈곤을 줄이자는 목표가 지난 15년 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 담는다. 향후 15년간의 목표는 내년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것이다. 거기서 수치 목표와 최저기준이 정해질 테지만, 이 목표를 통해 우리 세대의 가치관과 다음 세대의 희망을 전해야 한다.

우리가 에볼라에게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가치관에 주사를 놔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원흉은 바이러스도 세균도 아니다. 세심하게 준비된 훌륭한 정책이 있어도 자금이 없다거나 마지막까지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이다.

김지수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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