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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청 지킴이' 된 유기견 행복이

입력
2014.11.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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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중순 동물보호단체 카라에 유기견을 입양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특이했던 것은 개인이 아니라 경기 성남시였다는 점입니다. 성남시로부터 온 정식공문은 유기동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분양은 저조한 상황이라 유기견 분양 홍보를 위해 유기견을 분양 받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유기견은 성남시청 정문 경비실에 살면서 시장의 도보 순찰 시 동행하며 유기견 입양 홍보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카라는 분양한 개가 살게 될 환경과 보호를 책임질 사람, 시장이 바뀌게 될 경우 개의 거취 문제뿐 아니라 ‘유기견을 입양하려는 성남시의 진심’을 확인했습니다.

지난달 중순 카라와 성남시는 함께 사설 보호소를 방문해 ‘시청 지킴이’견을 물색하게 됐고, 그곳에서 ‘행복이(2세 추정·래브라도 리트리버)’를 만나게 됐습니다. 사실 행복이는 개농장 출신으로 식용견으로 팔려갈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개농장 바로 옆 한 아주머니가 개농장 개들이 자루에 담겨 계속 팔려나가는 것을 참지 못하고 행복이를 포함한 수십마리의 개들을 힘든 상황 속에서 보호하고 있었던 겁니다.

행복이는 누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손, 앉아, 기다려 등의 말을 다 알아듣고 사람을 잘 따랐다고 합니다. 카라와 성남시가 보호소를 방문했을 때도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넉살을 발휘했고, 듬직한 체구에 똑똑한 성격까지 더해지며 시청 지킴이견으로 선발됐습니다.

성남시청 앞에서 살면서 유기견 분양 홍보도우미가 된 행복이. 카라 제공
성남시청 앞에서 살면서 유기견 분양 홍보도우미가 된 행복이. 카라 제공

성남시는 바닥에 난방까지 들어오는 예쁜 집을 준비하고 문패도 달았습니다. 건강검진을 받고 이름표, 옷을 챙겨입은 행복이는 지난 20일 드디어 성남시 지킴이견이 됐습니다.

이번 성남시의 행복이 입양은 관공서의 유기견 입양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성남시에는 철창에 갇힌 개들이 식용으로 거래되는 모란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남시가 식용으로 팔려갈 뻔한 행복이를 입양한 것 자체가 앞으로 동물복지 행정에 더욱 힘쓸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실제 이재명 성남시장은 행복이를 도보 순찰에 동행시키고 있고, 앞으로 유기동물 보호와 반려동물 올바르게 키우기, 생명 존중 교육을 할 수 있는 동불보호 문화센터를 세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행복이 외에 공무견, 공무묘가 된 유기견, 유기묘들이 더 있습니다. 경북 문경 점촌역에는 강아지 ‘아름이’, ‘다운이’가 명예역장으로 활동 중인데 강아지 명예 역장이 점촌역을 지켜온 건 벌써 6대 째라고 합니다. 점촌역을 이용하는 고객 수가 줄자 역을 살리기 위해 2008년부터 유기견을 명예역장으로 임명한 겁니다. 서울 성북구에는 사회복지사를 따라 홀로 사는 노인을 찾아 재롱을 피우는 유기견 출신 사회복지견 ‘기르미’가 있는데 길음2동 동장에 눈에 띄어 주민센터에서 보호하다 아예 눌러 살게 된 경우입니다. 경기 부천 역곡역에는 고양이 명예역장 ‘다행이’가 있습니다. 역장이 다리를 다친 채 발견된 다행이를 입양 보낼 곳이 마땅히 없어 키우게 된 건데 역장의 집무공간을 찾는 시민도 늘고 온라인에서도 인기 스타라고 합니다. 사람들과 함께 살며 사랑 받는 더 많은 행복이, 아름이, 다운이, 기르미, 다행히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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