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팍스콘과 TSMC, 일본의 캐논과 히타치, 중국의 화웨이 등 아시아의 거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줄줄이 후계자를 찾아 기업을 승계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 최고경영자(CEO) 넷 중 한 명만 후계가 준비돼 있다는 조사(미국 스탠퍼드대)가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현장이 아시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아시아 기업들의 경우 이런 고민이 더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이유는 이 지역의 거대기업들이 여전히 창업자, 창업공신을 주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대 기업 10개 중 5곳(삼성, 팍스콘, TSMC, 캐논, 히타치)이 60세 이상의 경영자를 두고 있는 반면 미국은 가장 거대한 기업 10개중 1개만이 60세 이상의 경영자를 두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업체 중 하나인 TSMC를 만든 대만의 모리스 창 회장은 2005년에 은퇴했지만 4년 뒤 금융위기 때 회사가 기우뚱하자 복귀했다. 83세인 창 회장은 현재 C.C 웨이(61)와 마크 류(60)를 후계자 후보로 보고 훈련을 시키고 있다. 창 회장은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적어도 10년은 걸려야 완성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70) 역시 개인이 아닌 팀 단위의 후계를 찾고 있지만 순탄치 않다. 일본의 캐논 역시 창업멤버인 미타라이 후지오(79)가 은퇴한 후 기업이 어려워지자 2012년 복직했다. 대만의 컴퓨터 제조업체 에이서의 창업자 스탠 시(69)는 “거의 반년 동안 후계자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해서 결국 돌아왔다”고 지난해 복직 때 밝혔다. 에이서는 지난 3년간 PC산업이 휴대용 컴퓨터에서 무선 단말기로 옮겨가면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건희 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이재용 부회장에게 기업을 물려줄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에 이의는 없지만 이 부회장이 기업을 물려받을 준비가 돼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윌리 시 교수는 “아시아 IT 회사들의 문제는 거대한 기업이 된 후에도 한 명의 ‘실권자’에 의해 가족기업처럼 운영된다는 점”이라며 “한 사람이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경험을 쌓고 성장하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만 기업경영연구소 TID의 앨런 차이 소장은 “후계자 육성에는 적어도 10년은 걸린다”며 “계획적으로 여러 분야를 경험시켜 오랜 기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상언 인턴기자(동국대 국제통상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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