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울 재개발구역 등 일제 점검
경찰이 서울 시내 주택가와 재개발구역에 있는 빈집과 폐가를 일제히 수색하고 나섰다. 기자가 경찰과 동행해 실태를 확인해보니 공ㆍ폐가는 내부 상황에 대한 감시가 어려워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해 보였다. 이로 인한 인근 주민의 범죄 우려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27일 오후 2시 서울 종암경찰서 소속 장위3치안센터장 김건웅 경위를 주축으로 구성된 7명의 수색조가 성북구 장위동 장위3재개발구역 내 공ㆍ폐가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시작했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이 곳은 두세 집 건너 한 곳이 빈집이었다.
수색조는 접이식 사다리를 이용해 담을 넘어가 대문을 열고 다락방, 보일러실 등 집안을 샅샅이 뒤졌다. 누군가 몰래 들어와 지낸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 경위는 “불량청소년들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는 등 아지트로 활용할 수 있고, 노숙인이 추위를 피해 들어왔다 불이라도 피우면 화재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 종암서 관할 구역 내 빈집에 무단 침입했다가 적발된 사례는 5건이나 됐다. 모두 일정한 주거가 없는 사람들이 들어와 지내다 걸린 사례들이다.
일부 집은 담이 2m가 채 안 돼 성인 남성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열린 현관문을 통해 99㎡(약 30평) 남짓 되는 주택 안으로 들어서자 주인이 버리고 간 낡은 가죽소파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범죄자가 마음만 먹으면 경찰의 추적을 피해 숨거나 훔친 물건을 숨기기에 적합해 보였다. 내부 감시가 어렵다 보니 성폭행 등 범죄 장소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었다. 인근 주민 김모(60ㆍ여)씨는 “빈집이 많다 보니 밤이 되면 불빛이 없다”며 “딸이 퇴근을 늦게 할 때면 무섭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방치된 공ㆍ폐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김길태 사건’ 이후 높아졌다. 2010년 2월 여중생을 성폭행한 후 살해한 김씨는 부산 사상구 덕포동 재개발예정구역 일대 빈집 등에서 한 달 가량 은신하다 검거됐다. 강일원 종암서 생활안전과장은 “2010년 김길태 사건 이후 범죄취약지역인 공ㆍ폐가에 대한 수색을 매월 1회씩 실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자체와 재개발 시행사 등과 협력해 주민들이 안심하고 지나다닐 수 있도록 방범등을 설치하고 출입을 금하는 안전 휀스를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26일과 27일 양일 간 경찰 3,900여명을 투입해 서대문구 만리 1구역과 2구역, 현저 2구역, 북아현동 1-1구역 등 서울 시내 재개발 구역 80여곳 가운데 빈집이 많은 36곳과 지하주차장, 인적이 드문 놀이터 등 총 609개 취약 지역을 집중 수색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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