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 공판, "박 대통령 비방 목적 없었다" 주장
검찰 "악의적인 내용이 문제" 재판부, 정윤회씨 등 증인 채택
“독신 대통령의 남녀 관계 보도가 명예훼손인지 의문이 든다.”(변호인)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남녀관계로 자리를 비웠다는 악의적 내용이 들어 있어서 문제인 것이다.”(검찰)
27일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의혹을 제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加藤達也ㆍ48)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322호 법정은 일본과 한국 등 기자 50여명과 방청객들로 가득 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이동근)가 개정을 알리자마자 법정에 있던 우익단체 회원 4명이 “가토! 대한민국에 사과해!”“가토를 즉각 구속하라”며 고함을 쳤다. 법원 경위들이 재빨리 이들을 법정 밖으로 내보냈지만, 고함소리는 몇 분간 이어졌다.
이날 재판부는 가토 전 지국장이 8월 3일자 기사에서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을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한 정윤회씨, 가토 전 지국장이 참고한 칼럼을 쓴 최보식 조선일보 기자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박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현 정권의 ‘비선’(秘線) 실세로 거론되는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가 아닌 제 3의 장소에서 지인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가토 전 지국장 변호인 측의 주장을 들은 뒤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가 허위사실인지와 그 사실을 인식하고 칼럼을 썼는지 여부와 칼럼이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지, 악의적인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주요 쟁점으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단은 “어떤 (수사 관련) 자료에도 피해자인 박 대통령이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해) 명시적으로 처벌 의사를 밝힌 부분은 없는데도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으로) 기소가 이뤄지는 등 소송 자체가 성립하는지도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는 단순한 남녀관계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남녀관계로 자리를 비웠다는 악의적 내용이 문제”라며 “한국의 형사소송법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수사하고 기소하는 관행이 있다”고 반박했다.
금색 넥타이에 검정색 양복을 말끔하게 입은 가토 전 지국장은 피고인석에서 통역을 통해 재판을 지켜봤다. 공판 마지막에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대통령에 대한 한국민의 인식을 일본 독자에게 전달할 의도로 칼럼을 작성했을 뿐 비방할 목적은 없었다”며 “법치국가인 한국 법원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판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판은 비교적 차분히 끝났지만 우익단체의 난동은 끝나지 않았다. 재판부가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가토 전 지국장을 법관 전용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도록 조치했지만, 우익단체 회원들이 청사 출구 앞에서 가토 전 지국장이 탄 차량에 계란을 던지고 차량 앞에 드러눕는 등 10여분간 또다시 소란을 피웠다.
다음 재판은 1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며, 장모씨 등 고발인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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