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국장급 협의 약간의 진전, 실질적 해결책은 내놓지 않아
“지구가 자전할 때 땅에 서있는 사람은 움직이는 걸 못 느끼지만 그래도 지구는 움직이고 있고 낮밤이 바뀌는 변화가 있는 게 세상 이치 아닌가.”
2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한일 간 현안을 다루는 5차 한일 국장급 협의를 마친 뒤 정부 당국자는 협의 진전 여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4월 첫 협의가 시작된 이후 지루한 교착 상태였던 한일 국장급 협의가 중장기적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게 됐다는 의미였다.
이날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협의에는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과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한일 정상이 1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 만찬 석상에서 양국 국장급 협의 진전을 독려하자는 대화를 나눈 뒤 처음 열린 회의였던 만큼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측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진전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특히 아사히신문 오보 인정 후 일본 내 위안부 동원 강제성 부정 분위기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측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1993년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사과한) 고노담화를 계승한다는 공언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고노담화에서 밝힌 대로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법적 문제는 해결됐고, 민간 주도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문제를 풀자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위안부 피해자 55명이 살아 있는 동안 그들이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목표를 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측은 또 일본 내 헤이트 스피치(특정 국민 인종에 대한 차별발언) 확산에 우려를 표시했고,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시 한반도 관련 사항에 한국 측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협조, 사할린 한인 및 원폭 피해자 대책 마련 등의 사안도 제기했다. 일본 측은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기소, 독도 방위훈련,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대마도 불상 절도 등의 사안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장급 협의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 완전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담도 3국의 일정 문제 때문에 연내 개최는 어려워 보인다. 양국은 12월 중 6차 국장급 협의를 열어 다시 현안을 논의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당장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긴 호흡으로 대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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