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누적적자 3조원 넘는 위기 속, 노사 협상 결렬 4시간 부분파업
20년 만에 부분파업에 돌입했던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이 노사 교섭 결렬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1~3분기 3조2,000억원의 누적적자로 사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회사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날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정규직 보호 완화를 지목한 직후 벌어진 파업이라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7일 울산 본사 노조사무실 앞 광장에서 조합원 3,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출정식을 연 뒤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벌였다.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출정식에서“19년 동안 회사 요구에 따라 분규 없이 교섭을 마무리 지었지만 경제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출정식 직후 회사 안팎 1.8㎞ 구간을 행진하며 투쟁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대단위 공정인 이 회사의 작업현장 성격상 4시간 파업의 효과는 크지 않았고, 상당수 조합원이 파업 대열에서 빠져 조업엔 별다른 차질이 없었다. 노조는 앞서 9월23일부터 한달 동안 전체 조합원 1만7,906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투표자 1만313명(투표율 57.6%) 가운데 1만11명(전체 조합원 대비 55.9%, 투표자 대비 97.1%)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노사는 파업을 하루 앞둔 26일 올해 들어 52차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이날 오후 열린 53차 교섭에서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노조는 이날 추가 임금인상안을 회사 측에 요구했지만, 회사는 “더 이상 제시할 게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조는 그 동안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과 성과금 250%+α 지급, 2만3,000원인 호봉승급분을 5만원으로 올리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을 요구해온 반면, 사측은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과 격려금 100%(회사 주식으로 지급)+300만원 지급을 제시하며 노조의 수용을 촉구했다.
권오갑 사장은 “경영이 정상화돼 이익을 많이 내면 그만큼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6개월간 50여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회사는 조합 요구에 근접한 방안조차 제시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이처럼 노사 입장이 극명히 갈리는데다 사측이 추가 제시안이 없다고 못박음에 따라 현대중공업 임단협은 연말을 넘기고, 파업도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회사는 파업이 불법이라며 최근 울산지법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 노사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쟁의행위는 조합원 찬반투표 기간의 무기한 연장, 개표결과에 대한 문제점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에 맞서 쟁의행위 찬반투표 과정에서 회사가 개입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사장과 노사관계 담당 임원 등을 울산고용노동지청에 고발했다.
노사 안팎에서는 노조가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도 파업에 돌입한 이유로 강성 노조의 출현과 사측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를 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당선된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이전보다 강성이라 조합원들이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치가 큰 것 같다. 특히 이웃한 현대자동차의 임금인상폭이 매우 큰 것도 노조의 투쟁강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노조 입장에서는 과거 회사가 한창 잘 나갈 때 10년 가까이 사측에 많이 양보하면서 상생의 길을 모색했다고 생각하는데, 회사가 어렵다고 사측에서 합당한 대우를 안 해준다고 생각하니까 허탈감이 매우 클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28일 오전10시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파업일정 등을 논의하고, 오후2시부터 사측과 54차 협상에 들어간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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