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학부모들 교내에서 김장
세월호 피해 가족 등에 전달키로
“김치, 이거 사먹어 봐야 얼마 하겠어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게 우리 모두의 마음인 거죠.”
27일 세월호 참사 이후 가급적 외부인 출입이 통제됐던 경기 안산시 단원고에 이른 아침부터 노란색 조끼를 나눠 입은 100여명이 분주하게 학교 주변을 오갔다. 단원고 학부모와 봉사단, 인근 고등학교 학부모인 이들 품에는 배추와 무가 한아름씩 안겨있었다.
단원고에서는 28일까지 ‘단원고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가 열린다. 가정 형편 때문에 김치를 담글 수 없는 인근 저소득층 이웃들과 학생, 그리고 세월호 피해 가족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단원고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 등은 생떼 같은 자식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달할 방법을 찾다 김장 나누기 행사를 마련했다.
박경조 단원고 학교운영위원장은 “세월호 피해가족들이 겨울을 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행사 마련 취지를 설명했다.
세월호 피해 가족들을 돕기 위한 김장 행사가 열린다고 하자 인근 신길고등학교와 동산고등학교 학부모 20여명도 한달음에 달려왔다. 비슷한 또래 자녀를 둔 부모로서 세월호 피해 가족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임영빈 동산고 학교운영위원장은 “단원고 피해 학생들과 같은 나이인 2학년 자녀를 둔 엄마들이 대부분 참석했는데 이들은 안산지역 거주자도 아니지만 사고를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다”면서 “이렇게라도 가족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어 자발적으로 나서서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이날 하루 종일 배추와 무를 씻어 소금에 절이고 김장에 쓰일 양념을 준비했다. 여타 김장 행사에서는 웃음과 노래가 섞여있기 마련이지만 이날 단원고 김장 나누기행사만큼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됐다.
단원고 학부모들은 28일에는 150명까지 인원을 늘려 양념을 버무리고 김치를 담글 예정이다. 이들은 세월호 피해 가족 1가구 당 15㎏씩 각각 김치를 포장해 피해자가족대책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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