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부장 박영재)는 27일 국정원 직원 유모씨 등 3명이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회유 및 폭행 등을 하지 않았음에도 사실인 듯 주장해 피해를 입었다”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장경욱 김용민 양승봉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소를 모두 각하하며 패소 판결했다.
장 변호사 등은 지난해 4월 간첩 사건의 피고인 유우성씨의 동생 가려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합동신문센터에서 국정원 소속 수사관들로부터 회유·협박·폭행 등을 당해 오빠가 간첩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거짓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정원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국정원 소속 수사관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6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국정원 직원 유씨는 “민변 변호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후 민변은 “국정원이 직원의 명의를 도용해 ‘대리 소송’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측 변호인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원고들의 주민등록번호를 특정하지 않고 주소도 개인주소로 보기 어려운 사서함을 기재했다”며 “소송위임장에 날인된 원고들의 인영(도장을 찍은 흔적)도 크기와 모양이 단순하고 일정해 위임장 작성을 위해 별도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들의 문제 제기 이후 법원이 주소보정명령을 했음에도 국정원 측 변호인은 내부 규정 등을 들며 국정원 직원들의 신분을 노출할 수 없다고만 할 뿐 소송대리권을 수여 받았음을 증명할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결국 국정원 측 변호인이 원고들로부터 소송대리권을 적법하게 위임받았음을 인정하기 부족해 소를 각하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손해배상 책임의 경우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장 변호사 등은 기자회견에서 ‘국정원 수사관’이라고만 지칭했을 뿐, 원고들의 신분이 특정될 어떤 내용도 말한 적 없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고 강조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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