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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멍 때리기를 옹호함

입력
2014.11.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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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광장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사람들에게 마음 놓고 멍 때릴 수 있는 장이 마련된 셈이다. 우승은 초등학생 여자아이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그 결과를 듣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학교 말고도 요일 별로 두세 개의 학원에 다녀야 하는 아이들이야말로 멍 때리는 시간이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승 비결을 묻자 아이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앉아 있었을 뿐이에요”라고 대답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무 생각 없이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인은 무언가를 생산해내고 한편으로는 그것을 판매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아이들은 학교 숙제뿐만 아니라 선행학습이란 미명 하에 조기교육을 받아야 하고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토익 점수를 올리고 각종 자격증을 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시대에 멍 때리는 일은 언뜻 천하태평이나 시간 낭비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시대의 리듬에 반(反)한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피로가 잔뜩 쌓인 심신에 약간의 틈을 벌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능동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틈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내일을 기약할 에너지가 나온다. 자기 발견 또한 멍 때리는 여유가 있어야 가능해진다. 우리에게는 지금 자기 자신을 둘러싼 것들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 아무 생각 없이 멍할 여유가 절실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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