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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50개 금융기관 '집속탄' 제조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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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50개 금융기관 '집속탄' 제조에 투자

입력
2014.11.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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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관계자가 2011년 4월 당시 리비아 가다피 정부군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집속탄의 잔해를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관계자가 2011년 4월 당시 리비아 가다피 정부군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집속탄의 잔해를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세계 150개 금융기관이 ‘집속탄’ 제조 기업에 3년여 간 23조여원을 투자했다고 가디언이 27일 보도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속에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무기로 2008년 오슬로 협정을 통해 생산 및 사용 등이 금지됐다.

가디언은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평화기구 팍스(PAX)의 보고서를 인용, 전 세계 금융기관 150곳이 집속탄 제조와 관련된 기업 7곳에 2011년부터 올해까지 3년여 간 170억유로(약 23조4,300억원)를 투자했다고 이날 전했다. 이들 금융기관은 7개 기업을 직접 소유하거나 채권 관리, 대출 등 방법으로 투자했다. 보고서는 또 115개 금융기관이 7개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이 지난해 14억유로(약 1조9,264억원)에서 올해 28억유로(약 3조8,529억원)로 두 배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가 꼽은 집속탄 제조 기업 7개 중에는 한화와 풍산 등 한국기업도 속해 있다. 또 이들을 돕는 150개 금융기관 중 22개가 한국 기관으로 미국(7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한국 금융기관 22개 중에는 현대그룹, 대우증권, 동부그룹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미국과 한국 외에도 중국(21), 영국(7), 독일(3), 일본(3), 스위스(3)와 같은 국가의 금융기관들도 집속탄 제조에 투자 중이다. 특히 미국의 초대형 금융기업인 JP모건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 일본 굴지의 미츠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7개 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가 가장 많았다.

집속탄은 한 개의 모탄이 상공에 투하돼 그 속에 들어있는 소형 폭탄들이 흩어져 폭발하면 반경 수백미터 내 인명과 시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한다. 불발탄이 많고 정밀 타격이 어려워 대인지뢰와 함께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로 꼽힌다. 특히 불발탄이 장난감인 줄 오해하고 이를 가지고 노는 아동들이 많아 피해가 크다. 유엔개발계획의 보고서에 따르면 라오스 등 일부 국가는 집속탄 불발탄으로 한 해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다.

지난 2008년 115개 국가가 모여 합의한 오슬로 협정에 따르면 집속탄의 생산과 이전, 사용, 비축은 모두 금지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가 집속탄 사용 및 생산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합의 확산이 더딘 상태다.

집속탄 협회의 에이미 리틀 캠페인 관리인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익보다 생명을 우선시 해야 한다”며 “영국과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집속탄 금지에 합의한 국가들은 전 세계 무기 생산을 막기 위해 서둘러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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