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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시위 사흘째, 추위와 연휴로 진정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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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시위 사흘째, 추위와 연휴로 진정국면

입력
2014.11.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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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사흘째 영하 4도까지 떨어져 심야 대규모 소요사태 발생 안 해

뉴욕·LA 등서도 시위 이어졌지만 규모 크게 줄고 약탈·방화도 멈춰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경관 불기소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26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중심가에서 성조기를 거꾸로 든 채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P연합뉴스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경관 불기소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26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중심가에서 성조기를 거꾸로 든 채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P연합뉴스

추수감사절 연휴와 미국 중북부를 강타한 추위로 미주리 주 퍼거슨 시의 소요 사태가 사흘째인 26일에는 완연한 진정 기미를 보였다. 워싱턴DC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에서도 시위가 이어졌으나 규모가 크게 줄고 약탈ㆍ방화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다.

산발적으로 눈이 내리고 이날 밤 기온이 섭씨 영하 4도까지 떨어진 퍼거슨 시에서는 낮에 간헐적인 시위가 이어졌다. 그러나 주 방위군과 경찰병력이 곳곳에 배치된 가운데 날이 어두워지자, 첫째 날과 둘째 날과 같은 대규모 심야 시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퍼거슨 시내를 이틀간 휩쓴 소요로 이 지역 한인 상점 중 20곳 가운데 9곳이 피해를 봤고, 피해규모는 최소 2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거슨 시에서 미용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한인 상인들의 대표인 이수룡(47)씨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 9곳의 한인 뷰티숍이 약탈ㆍ방화를 당했으며, 한 곳은 완전히 전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흑인들이 한인 상점을 주된 공격 목표로 삼았던 1992년 LA 폭동과는 달리 이번에는 여러 상점이 약탈 피해를 당한 와중에 함께 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DC와 뉴욕, LA, 댈러스, 애틀랜타 등 미국 주요도시에서도 심야 집회와 시위가 있었으나 이렇다 할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은 사흘 간 이어진 미 전역의 시위로 400여명을 체포됐다고 밝혔다. 퍼거슨 시의 경우 24일 61명, 25일 45명이 각각 체포됐다. LA에서는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거나 도로 점거, 경찰관 폭행, 음주 소란 등의 혐의로 173명이 체포됐다.

소요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폭력시위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력 경고한데다가 추수감사절 연휴라는 시기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요ㆍ시위가 수그러들면서 미국 언론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과 그 대응책에 대한 분석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 사살은 경찰의 과잉대응이었다는 비판과 함께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미국의 지방경찰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6일자 사설에서 브라운의 죽음은 지방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매일 같이 시달려온 퍼거슨 시 흑인사회에는 ‘인내심의 실험대’였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이 가난한 소수계 시민에 초점을 맞춰 불심검문을 벌이고 흑인사회 전체를 범죄자 집단처럼 만드는 결과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사설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을 경찰력의 과도한 사용으로 분석했다. 또 이번 소요에 따른 피해가 복구되더라도, 미국은 공권력을 과도하게 사용한 경관의 처벌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행 사법제도를 받아들이는데 힘겨운 시간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A타임스 역시 ‘윌슨 경관은 불기소됐지만, 퍼거슨 경찰까지 혐의를 벗은 것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 사법제도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변호사인 라울 레이예스는 CNN에 기고한 글에서 “윌슨 경관이 기소되지 않은 것은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미국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도전”이라며 “유색 인종들에게는 사법 시스템이 공평하지 않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또 윌슨 경관을 노골적으로 편들었다고 비난 받는 세인트루이스 카운티의 로버트 매컬러크 검사와 관련, 경찰관이던 아버지가 1964년 흑인 범죄자 총에 맞아 숨진 경험 때문에 편파적 결정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흑인 소년 타미르 라이스(12)가 22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백인 경찰 티모시 로먼(26)이 쏜 총에 맞아 숨질 당시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유족의 요청에 따라 공개되면서 퍼거슨 시 사건과 맞물려 소요 사태가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상에서 라이스는 가짜 총을 들고 행인을 겨누며 걷다가 공원 정자에 앉았고 순찰차에서 내린 경찰은 바로 라이스를 향해 총을 쐈다.

현재 휴직을 하고 조사를 받고 있는 로먼은 “총을 쏘기 전 손을 들라고 세 차례 명령했지만 라이스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25일에는 200명의 시민이 클리블랜드에서 라이스에 대한 경찰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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