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덩어리 규제·단두대…" 고강도 표현으로 개혁 가속 의지
깜짝 기타 연주·탁구 실력 뽐내며 불통 이미지 해소에도 적극 나서
‘말은 강하게, 이미지는 부드럽게.’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일정에서 이런 강온 전략이 두드러진다. 규제 개혁과 적폐 해소를 주문하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부쩍 강경해진 반면 외부 행사에서는 탁구를 치고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규제 개혁이 여전히 지지부진함을 지적하면서 “규제들을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암 덩어리 핵심 규제” “규제 혁명을 이루겠다” 같은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24일 공개된 중국 BTV와의 인터뷰에서는 공직사회의 적폐와 부정부패를 “경제 활력을 잃게 하는 원흉”이라고 불렀다. 박 대통령 특유의 정제되고 간결한 화법과는 거리가 먼 표현들이다.
박 대통령의 강경한 어조는 규제 개혁과 적폐 해결에 미온적인 관료들을 향한 충격 요법으로 해석되고 있다.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여러 가지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발언도 세졌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자극적 표현을 쓴다고 해서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장기적으로는 대통령의 품격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정부를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지 하루 만인 2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시민들과 음악에 맞추어 체조를 하고 탁구를 치는 등 연성 모드로 전환했다.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생활체육 현장을 찾는다는 의미로 기획된 이날 행사에 박 대통령은 체육복과 운동화 차림으로 나왔다. 국회의원 시절 몇 차례 탁구 실력을 선보였던 박 대통령은 탁구 동호인 남성, 유남규 국가대표 탁구팀 감독과 연달아 단식 탁구시합에 나서 유 감독에게 세 차례 스매싱을 날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24일 전주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 때 탄소소재로 만든 기타를 즉석에서 연주한 데 이어 이날 탁구 라켓까지 잡은 데서는 불통 이미지를 씻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16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즉석 기자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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