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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 포항·안동의료원이 부실 대명사 된 까닭은

입력
2014.11.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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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부실 지목 '강성노조' 없어...수입 주는데 인건비 지속 증가

의료환경 변화 못 따른 방만경영 탓

안동의료원

유명 의사 민간병원 이직 러시...해랑 진료과 수입 50%급감

포항의료원

민간병원 거센 공세에 무기력...부대시설 운영도 지지부진

해마다 고객이 줄고 있는 포항의료원. 텅 빈 대기석이 포항의료원이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김정혜 기자
해마다 고객이 줄고 있는 포항의료원. 텅 빈 대기석이 포항의료원이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김정혜 기자

경북도 포항ㆍ안동의료원이 최근 수년간 적자가 급증하면서 기본적인 공공의료기능 자체가 위협받게(본보 19일자 14면)되자 이 같은 적자의 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의료원은 공공기관 부실의 단골메뉴인 ‘강성노조’도 아니어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안동의료원

안동의료원은 그 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을 해 왔으나 2010년 8억 원 흑자를 정점으로 2011년 8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새 원장이 부임한 2012년 27억 원, 지난해 32억 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27억 원 등 연말까지 적자규모가 6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스타급 의사의 잇따른 이직과 방만경영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30억원이 넘는 진료실적을 올리던 10년 근속의 A과장이 그만둔 이후 정형외과 실적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건강상 이유로 휴직했던 A과장은 이후 민간병원으로 옮겼다.

비뇨기과도 1년에 8억원 이상 실적을 올리던 C과장이 지난해 그만두면서 그 실적은 3분의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여성의사 선호도가 유난히 높은 산부인과에서는 70을 바라보는 원장이 직접 진료하면서 하루 평균 환자 수는 4명에 불과하다.

이 와중에 잇따라 터져 나온 인사비리 의혹과 임금체불로 구성원들의 사기는 바닥이다. 공채규정을 무시하고 3명을 특채했고, 최소승진소요연수가 1년6개월인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특정인을 9급에서 8급으로 승진시켰다.

무엇보다 수입에 비해 방만한 경영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210병상인 안동의료원 직원은 모두 237명. 268병상인 포항의료원 230명보다 많다. 규정에 없는 조정수당 연구비 등을 지급하다 감사에 지적됐다.

안동의료원은 기구축소,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흉부외과 등 일부 과 폐지, 경상경비 10% 이상 절감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이한양(68) 원장은 “입원환자 중 기초생활수급자와 보훈환자가 절반이나 되고,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자가 많아 경영에 어려움이 크다”며 “우수 의료진 유치와 고객감동 경영으로 경영난을 타개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의회 일각에서는 60억원을 들여 짓기로 한 건강증진센터를 3억원의 설계비를 날리더라도 중단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며 사업포기를 검토할 정도다.

포항의료원

경북도포항의료원은 진료수익은 주는데 인건비는 늘어 지난해 인건비 비중이 86.2%로 전국 최고수준에 달했다. 식물인간을 넘어 뇌사상태나 마찬가지다.

2011년 83억5,200여만 원이던 인건비는 2012년 96억5,100여만 원, 지난해 104억5,600여만 원으로 늘었다. 의료수익은 반대로 2011년 132억3,700여만 원에서 2012년 129억700여만 원, 2013년 121억1,800여만 원으로 뒷걸음치고 있다.

이는 민간병원의 공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포항의료원 측은 2012년 말 문을 연 호스피스병동은 특급호텔급 시설에 20병상이나 되지만 25일 현재 입원환자는 7명뿐이다. 1병상당 면적이 13.5㎡나 되는 등 하루 20만원 이상의 입원료를 받아야 하지만 건강보험수가가 정해지지 않아 11~12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입원환자가 늘수록 적자가 늘기 때문이다.

특히 포항세명기독병원은 올해 초 건강증진센터, 내시경센터, 집중치료실 등을 새로 건립했고 병상수도 400병상에서 630병상으로 늘렸다. 늘어난 230병상은 포항의료원 전체 병상과 맞먹는다. 포항 성모병원도 550억 원 이상 들여 연면적은 2배, 병상수도 450병상에서 600병상 이상으로 늘렸다.

장례식장 사업도 신통찮다. 의료원이 2004년 4월 장례식장을 설치할 당시 포항지역에 1곳밖에 없던 민간장례식장은 11곳으로 늘었다.

무엇보다 에이스급 의사가 없는 것이 적자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전 직원 230명 중 의사는 21명으로 민간병원보다 20~30% 부족하다. 특히 2012년 에이스급 의사 몇 명이 떠난 뒤 단골환자가 급감했다. 무슨 이유인지 실력 있는 의사 중에 포항의료원을 선호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지역 의료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포항의료원 변영우(66) 원장은 “민간병원과 경쟁하면서 동시에 공익을 추구하는 의료원 특성상 경영개선에는 한계가 많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성노조로 빈사상태에 놓였던 김천의료원은 지난해 인건비 비중은 60%가 채 되지 않고, 올해 예상 적자규모도 1, 2억원에 불과하다.

권정식기자 kwonjs57@hk.co.kr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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