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조합 프로그램서 45.3%득표...남북FTA 등 참신한 공약으로 승부
노동시간 주 65시간 이하 큰 호응..."기성세대와 다른 눈으로 세상 볼 것"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 주관으로 진행된 ‘모의국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조혜림(28)씨는 25일 “국민의 바람과 입법ㆍ행정부의 입장 양쪽을 모두 고려한 균형 잡힌 시각으로 법안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무엇이 필요한지 국민의 시각으로 접근하되 이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지, 부작용은 없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상과 현실의 접합점을 살피게 됐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보조원으로 재직중인 조씨는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모의국가 대통령 선거’에서 45.3%의 득표율을 얻어 다른 두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는 조씨 등 ‘모의국가’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청년 3명이 각각 공약 및 취지, 내용을 온ㆍ오프라인으로 홍보한 뒤 공약을 꼼꼼히 살핀 ‘모의국가 유권자’들이 자유롭게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모의국가 프로그램은 국가 통치구조(의사결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입법ㆍ행정ㆍ사법부 역할을 학습 체험하는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주로 청년유권자 450여명이 온ㆍ오프라인으로 투표했는데 유권자들이 공약과 간단한 이력만을 보고 투표하는 사실상 100%에 가까운 ‘공약 선거’로 치러져 의미를 더했다.
조씨는 승리 요인에 대해 참신한 공약을 많은 계층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폭넓은 분야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실효성 근거까지 제시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조씨가 내놓은 공약 중 최장 노동시간 주당 65시간 이하로 제한, 남북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이 큰 호응을 받았다.
노동시간 제한 공약은 조씨의 경험에서 나왔다. 대학 졸업 후 1년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은행에서 ‘6시 칼 퇴근’을 하며 인턴 생활을 했는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일부 업체 근로자들은 1주일에 70시간 이상 일하며 야근을 밥 먹듯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동법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데 충격을 받고 당장 이 법안을 구상했다. 무조건 노동자 입장만 담은 것은 아니다. 기업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 ‘65시간 이하’라는 균형점을 찾았다. 남북 FTA도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 남한의 기술력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그 외 베이비붐 세대 대책의 일환으로 퇴직자 재교육ㆍ재취업 지원 강화 및 정년 단계적 연장, 중ㆍ고교 하루 20분 의무체육시간 도입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반면, ‘대형마트 영업시간 밤 12시로 제한’은 뜨거운 논란을 불렀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비자의 구매권을 박탈할 소지가 크다는 반박이 팽팽하게 맞섰다. 조씨는 “활발한 토의를 통해 공약을 좀더 다듬겠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많지만, 단지 생각을 털어놓을 ‘판’이 없을 뿐 자리만 마련되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놓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조씨는 “모든 청년 정책들이 실효성을 갖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기존 세대들이 보지 못했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며 “청년들이 기성 정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