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토교통부는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매 5년 주기로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장래 국가철도망의 청사진을 굽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심사숙고해서 만든 청사진은 단일 노선별로 사업이 추진돼야 국가경제 및 철도운영 측면에서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현재는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로 인해 경제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 단일 노선을 여러 개 구간으로 나누어 개별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가철도망의 청사진이 퇴색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일례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원주~강릉 복선전철을 건설하고 있다. 꼭 필요한 사업이다. 수도권에서 강원도에 접근할 수 있는 철도노선은 청량리에서 중앙선을 경유하여 원주~강릉 선을 이용하는 것이 유일하나, 선로용량 제약으로 열차운행에 한계가 있다. 청량리구간의 선로용량 해결과 한강 이남 수도권지역의 교통수요 흡수를 위해서는 동해안권의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수원~여주~원주~강릉을 연결하는 동서횡단철도망이 필요하다.
동서횡단노선 중 성남~여주간은 2015년도 말 완공 예정이나 월곶~성남(판교) 및 여주~원주간은 사업추진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단절 구간으로 남겨두고 있다. 이 상태라면 2018년 동계올림픽 이후 원주~강릉 복선전철은 적자투성이의 애물단지로 전락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또한 부산~순천을 연결하는 경전선의 경우 광주 송정~보성 구간은 단선 비전철, 순천~광양 구간은 복선전철, 광양~진주 구간은 복선비전철, 진주~부산은 복선전철 등 전철과 비전철이 혼재하고 있다. 장항선 천안~신창 구간은 복선전철, 신창~대야 구간은 단선 비전철로 단선과 복선이 혼재하고 있다. 이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기 위해 단일 노선 내에 구간별로 복선이 단선으로 변경되고, 설계속도가 낮아지는 등 국가철도망 청사진의 옥동자가 기형아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예산낭비를 막고 국가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국가예산을 아껴 쓰자는데 무슨 반대가 있겠는가? 문제는 시행하는 방법이다. 필자는 그 동안 교통계획 등의 업무를 다년간 수행해온 경험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획재정부가 여러 가지 기준을 통해 교통부문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예산을 국토교통부에 할당해주는 것이다. 이 예산 한도 내에서 국토교통부가 자체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등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철도, 도로 등 교통 SOC투자 우선순위를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추진하면 된다. 일본, 영국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국가교통계획과 예산을 연계해 수립하고 예산당국에서 주무부처와 협의해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가교통계획은 주무부처에서 수립하고 예산당국에서 사업별로 예산을 승인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차선책으로는 국가교통계획 수립 시 확정되는 철도사업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타결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최소한의 철도망이 완결되는 시점부와 종점부까지를 하나의 단위 사업으로 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사업 성격별로 다양한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면 된다. 어차피 주무부처별 예산한도 내에서 추진되므로 예산낭비도 없다. 최소한 이 경우에는 철도망이 천천히 건설되겠지만 기형아로 탄생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우리나라도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 절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시기다. 철도의 대량수송과 에너지 효율성, 친환경적인 특성을 살려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대응해야 된다. 또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철도망 구축을 통해 국민을 위한 교통복지를 실현하고 낙후된 지역까지 철도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가 및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된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대한민국 철도가 국가의 중추 기간교통망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한반도를 넘어 대륙까지 뻗어 나가길 기대한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장ㆍ대한교통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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